(서울=연합뉴스) 최재석 기자 = 고등어를 소재로 한 대중가요는 1980년대 발매된 가수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가 원조라 할 수 있다. 그 뒤 수십 년이 흘러 2009년 루시드 폴의 '고등어'란 노래가 나왔다. 장년층은 고등어를 보면서 어머니를 떠올린 김창완의 노래가 익숙하지만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루시드 폴의 노래에 더 공감할 것이다. 이 노래 가사에는 "몇만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동안 내가 지켜온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이란 대목이 있다. 그래서인지 고등어는 '빈자의 꽃등심'이란 별명도 얻었다.
대표적인 등푸른생선 중의 하나인 고등어는 '국민 생선'이라 불릴 정도로 지금도 우리들 밥상에 자주 오른다. 값이 싼 데다 몸에 이로운 영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조림이나 구이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리돼 언제든 가족들의 입맛을 돋운다. 올 4월 공개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국민인식도 조사에서도 고등어가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로 꼽혔다.
고등어는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가 성어기인데 연중 어획량의 절반 이상이 이때 잡는다. 맛도 이즈음이 최고다. 봄과 여름에 산란을 마친 뒤 먹이를 배불리 먹고 월동을 준비하기 때문에 살이 오르고 영양분이 많이 축적되는 가을과 겨울 사이에 맛이 가장 좋다.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에게도 주지 않는다'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다.
고등어는 우리 해역 가운데는 제주도 인근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지난 8일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135금성호'도 고등어 조업에 나섰던 대형선단의 본선이다. 선단은 통상 어군탐지기가 장착된 본선이 어군을 발견하면 등선의 집어등 불빛으로 한곳으로 모은 뒤 빠르게 원을 그리듯 그물을 던져 잡는 방식으로 조업한다. 금성호는 어획물을 운반선으로 옮기던 중 사고가 났다고 한다. 현재 사고 원인을 둘러싼 여러 추측이 나오는데 평소보다 고등어가 너무 많이 잡혀 배가 전복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구조된 선원들은 해경 조사에서 "3∼5회에 걸쳐 잡을 양을 한 번에 잡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침몰 사고 전 며칠은 나쁜 날씨로 조업을 못 해 사고 당시 바다에는 어획물이 많았을 것이란 추정도 있었다. 이런저런 정황을 근거로 '만선의 기쁨이 비극을 불렀다'는 추론이 나오는 것이다. 루시드 폴의 '고등어' 가사에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다시 바다를 가르네"라는 부분이 나온다. 말 그대로 고등어는 누군가를 배불리 먹이기 위해 바다를 헤엄쳐 다닌 죄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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