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대만이 한국전을 하루 앞두고 펼쳐진 기자회견에서 선발투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류중일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만 선발투수를 공개했다. 그런데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어, 영어 통역도 이뤄지지 않았다. 공식 기자회견이 아닌 ‘대만 친목회’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3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대만과 프리미어12 B조 첫 경기를 치른다.
류중일 감독. ⓒ연합뉴스한국은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 호주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이에 대비해 지난 1,2일 쿠바와 평가전을 치른 한국은 10일 대만 프로팀 웨이치안과의 최종 모의고사에서 승리하며 대회 준비를 마쳤다.
12일엔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B조에 속해 있는 한국, 대만,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의 감독과 대표 선수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대회에 임하는 각오와 13일 선발투수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돌연 선발투수를 공개 순서가 없어졌다. KBO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늘(12일) 공식기자회견 중에 선발투수 공식 발표 순서는 없는 것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류중일 감독은 13일 대만전 선발투수를 고영표로 공개했다. 류 감독은 “대만팀 타자들의 스윙이 언더핸드 투수 공을 잘 못치는 것으로 전력분석을 했다"며 "우리 팀 선발투수가 4명이기 때문에 고영표가 다시 호주전에 등판해야 한다. 두 번 던저야 하는것도 생각했다"고 고영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하지만 쩡하오루 대만 감독은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쩡하오루 감독은 “내일 첫 번째 승리가 중요하다. 반드시 첫 승리를 하고 싶다. 한 경기씩 승리하면 좋겠다. 심리적으로 준비 잘하겠다”고 필승 각오만 전했다.
13일 선발투수는 대회 조직위원회에 12일 알려줘야 한다. 대회조직위원회는 12일 오후 8시에 대만 선발투수를 알려주기로 했다. 고작 1,2시간 동안 더 선발투수를 감추기 위해 미디어를 상대로 선발투수를 함구한 셈이다.
쩡하오루 감독(왼쪽)·천제슈안. ⓒ연합뉴스물론 선발투수를 끝까지 감추는 사례는 어느 정도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승리가 간절하고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다. 하지만 이번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영어 통역을 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 감독과 선수들이 나오자 스페인어를 중국어로 통역했다. 모든 나라 선수들이 나올 때 모두 중국어로만 통역됐다.
류중일 감독과 송성문이 나왔을 때, 쩡하오루 감독과 ‘주장’ 천제슈안이 무대 위로 같이 올라왔다. 류중일 감독과 송성문의 사이로 한국어의 능통한 대만 통역사가 나왔다. 해당 통역사는 대만 감독과 선수들의 말을 충분히 한국어로 통역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과 송성문의 한국어만 중국어로 변경될 뿐이었다.
이로 인해 대만 기자들을 제외한 다른 국적의 기자들은 모두 무대를 바라보기만 했다. 국제대회인데 통역을 하지 않아 알아들을 수 없는 기자회견이었다.
대만에서 B조 조별리그를 치르는 2024 프리미어12. 13일 첫경기를 앞두고 펼쳐진 공식 기자회견은 개최국의 ‘갑질’ 그 자체였다.
송성문(왼쪽)·류중일 감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