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 개관…박기원·박소희 2인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라인문화재단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전시 공간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을 열고 12일부터 개관전으로 박기원과 박소희의 2인전 '모든 것이 조화로울 때'를 시작한다.
설치미술가 박기원과 식물(보태니컬) 아티스트 박소희는 고층 상업건물이 대부분인 삼성동에서 보기 힘든 미술전시장의 성격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공간을 꾸몄다.
전시장 2층은 신비한 느낌을 주는 빛으로 가득 찼다. 박기원은 전시장 벽면에 LED 조명을 설치하고 그 위에 흰색과 옥색 비닐을 더해 전시장을 마치 벽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작품의 제목은 '중정'. 지난 1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외부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도심 속에서 무심코 전시장에 들어왔는데 텅 빈 가상의 중정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은은한 빛으로 둘러싸인 전시장 바닥에는 가지치기로 버려진 편백나무와 향나무, 삼나무의 가지를 모아 만든 박소희의 '르 솔'(Le Sol_soil. 흙)이 놓였다.
3층 전시장에는 아연도금한 철제 구조물 80여개로 구성된 박기원의 장소 특정적 작품 '허공 속으로'가 설치됐다. 작가는 이들 구조물을 미로처럼 설치해 관람객들이 구조물 사이를 이리저리 지나다니며 공간을 경험하도록 했다.
전시장 벽에는 작가가 한지에 그린 유화 '넓이' 연작 20점이 걸렸다. 일반적인 전시장에선 관람객들이 그림 앞으로만 지나다니지만, 이곳에선 그림을 가까이서 보려면 철제 구조물 속으로 전시장의 거의 모든 공간을 지나쳐야 한다.
작가는 "예전부터 구상해온 것을 처음 실현했다"면서 "미로처럼 구성해 관람객들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천천히 사색하며 다닐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장 1층 천장에는 거대한 나무뿌리 모양 조형물이 매달렸다. 더 이상 생산력이 없는 과일나무 등 버려진 나무들을 모아 만든 박소희의 작품이다. 대개 아래로 내려다보는 뿌리를 위로 올려다보게 만들어 낯선 느낌을 준다. 전시는 내년 2월 8일까지. 무료 관람.
라인건설 계열로 2008년 설립된 라인문화재단은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 개관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미술사업을 시작한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에서 현대 미술 전시를 하는 한편 2026년에는 서울 성북동에 미술관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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