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염기훈에 비해 변성환은 고작 승점 0.3 더벌었다 [취재파일 上]

스포츠한국 2024-11-12 07:30:00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K리그2(2부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낸 수원 삼성이 플레이오프조차 진출하지 못하며 6위로 2024시즌을 마쳤다. K리그 최고 인기팀이자 ‘빅4(수원, FC서울, 전북현대, 울산HD)’의 한축으로 주목받던 명가는 기대와 달리 한시즌만에 다시 승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수원의 몰락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2024시즌의 승격 실패 요인은 찾아볼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염기훈 감독이 그대로 2024시즌에도 수원의 사령탑으로 가기로 했다. 그전 선임과정 등은 차치하고 그사이 박경훈 전 부산아이파크 어드바이저가 단장으로 들어오는 큰 변화도 있었다.

염기훈 감독은 3월 2승2패로 다소 아쉽게 시작했지만 4월 4승1무로 ‘K리그 이달의 감독상’까지 받을 정도로 질주했다. 그러나 5월 충격의 5연패를 당했고 결국 5월을 끝으로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2024시즌 수원 삼성 사령탑을 맡았던 염기훈(왼쪽)과 변성환. ⓒ프로축구연맹 2024시즌 수원 삼성 사령탑을 맡았던 염기훈(왼쪽)과 변성환. ⓒ프로축구연맹

염 감독이 나간지 6일만에 변성환 감독이 부임한다. 변 감독은 박경훈 단장이 성남FC 감독 시절에 있을 때 코치였고 박 단장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있을 당시 U-17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프로 감독 경력이 전무했기에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이후 변 감독이 지도한 수원은 승격경쟁을 마지막까지 했지만 최종 6위로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5위에 한끗차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염기훈 감독에서 변성환 감독으로 바뀐 후 수원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기록을 보자.

염기훈의 수원 : 14경기 승점 19 6승 1무 7패  경기당 승점 1.4점 변성환의 수원 : 22경기 승점 37 9승 10무 3패 경기당 승점 1.7점

경기당 승점으로 보면 0.3점차다. 승리는 3점, 무승부는 1점, 패배는 0점인 현대축구 순위표 체계에서 승점 0.3점은 어느정도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까.

타팀을 예로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올시즌 성공적인 시즌중 감독 교체를 한 팀은 두 팀이다. 바로 부산과 대전 하나시티즌.

조성환 부임전 부산 : 20경기 승점 26 경기당 승점 1.3점 조성환 부임후 부산 : 16경기 승점 36 경기당 승점 2.3점

황선홍 부임전 대전 : 16경기 승점 14 경기당 승점 0.9점 황선홍 부임후 대전 : 21경기 승점 31 경기당 승점 1.5점

부산은 조성환 감독이 들어선 이후 경기당 승점이 무려 1점이나 오르는 대반전으로 5위로 K리그 준플레이오프에 올랐고 대전 역시 황 감독이 온 이후 경기당 승점 0.6점을 더 벌어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성공적인 감독 교체를 이룬 부산과 대전은 경기당 승점 1점, 0.6점 상승의 효과를 봤지만 수원은 고작 0.3점 상승에 그쳤다. 물론 그렇다 할지라도 준플레이오프라도 진출했으면 되지만 결과마저 좋지 못했다. 똑같은 환경, 혹은 더 늦게 부임해 시간이 부족했던 부산, 대전의 성공사례와 비견하면 수원은 실패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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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지는 것보다 중요한건 승점을 따는 것

변성환 감독은 최종전이었던 안산 그리너스전에서 “제가 부임하고 3패밖에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맞다. 그러나 현 제도상 적게 지는건 중요 포인트가 아니다. 승점을 많이 버는 것이 키포인트다. 더 많이 지더라도 승점을 더 버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원처럼 승격이 중요한 팀은 더욱 그렇다.

전임이었던 염기훈 감독은 14경기에서 무려 절반인 7패나 했지만 변 감독과 고작 경기당 승점은 0.3점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많이 져도 많이 이겼기 때문이다(6승1무).

또한 변 감독이 온 이후 수원은 선제실점을 한 후 무승부 혹은 승리를 거두는 경기가 굉장히 많았다. 선제골을 주고 후반 중반 이후 득점으로 무승부를 거둔게 5번, 동점에 역전골까지 넣어 이긴 경기가 4번이나 됐다. 9승10무 중 4승5무가 선제실점 후 극적인 승부로 만든 결과였다.

이는 ‘끈기 있는 축구’, ‘포기하지 않는 축구’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매번 먼저 실점하는 축구’, ‘운이 좋은 축구’로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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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잘못을 답습한 수원 삼성

분명한건 올시즌 K리그에서 수원 변성환 감독을 시작으로 전북의 김두현, 인천 유나이티드의 최영근, 대구FC 박창현 감독까지 ‘시즌 중 부임인데 프로 감독 경험은 전무한’ 공통분모를 지닌 이들이 모조리 팀이 목표했던 바에는 실패하면서 K리그에 큰 메시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부산 조성환, 대전 황선홍처럼 경험있는 감독이 괜히 경험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면서 더욱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수원 삼성은 K리그2로 강등되며 곧바로 승격을 천명했다. 강등의 책임에는 전임 프런트의 잘못이 매우 컸다. 그 잘못의 가장 큰 부분은 감독 경험없는 ‘선수’ 염기훈에게 사령탑을 맡긴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프런트가 물러난 이후 수원을 지휘하는 박경훈 체재에서도 프로 경험없는 감독을 앉히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승격에 실패했다. 당시 포항 김기동, 광주 이정효, 안양 유병훈처럼 오랜 코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한 감독을 꿈꿨겠지만 높은 꿈만큼 위험부담이 큰 선택이다. 수원처럼 실패해서는 안되는 구단에게 있어 하이 리스크는 더 크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말 ‘명가’ 수원을 재건하기 위한 선택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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