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압수물 창고 담당하다 3억 빼돌린 강남서 경찰 구속기소

보이스피싱 압수 3억으로 카드빚 갚은 용산 경찰도 서부지검 기소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김준태 기자 = 압수된 거액의 현금을 빼돌리다 적발된 서울 일선경찰서의 현직 경찰관이 잇따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최순호 부장검사)는 11일 강남경찰서 소속 A 경사를 업무상 횡령, 야간방실침입절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 경사는 강남경찰서 압수물 창고에 보관 중이던 압수된 현금 3억원을 모두 20차례에 걸쳐 횡령하거나 절취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올해 6∼7월 압수물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보관창고에 있던 현금 7천500만원을 8차례에 걸쳐 갖고 나온 뒤 선물투자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부서로 전보된 뒤인 7∼10월에는 물건을 찾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압수물 담당자로부터 보관창고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총 12회에 걸쳐 현금 2억2천500만원을 갖고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A 경사가 압수물 관리 담당자로 지정됐음에도 경찰 과학수사플랫폼(SCAS) 접속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채 전임 담당자의 아이디·비밀번호로 접속해 압수물 관리를 해 온 사실도 확인했다.

A 경사는 이 점을 이용해 자신이 담당자가 된 뒤에도 실제 업무는 전임자가 계속 담당했다고 조사 과정에서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보완수사 결과 A 경사는 경찰서 내 압수물 관리 업무 분장이 엄격히 이뤄지지 않는 점을 이용해 담당 업무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않고 전임자에게 업무를 계속 미루면서 뒤로는 범행을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김은하 부장검사)도 이날 용산경찰서 강력팀 소속이었던 경찰관 B씨를 업무상 횡령,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B씨는 담당했던 보이스피싱 사건 4건의 압수물인 현금 약 3억원을 2022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2년에 걸쳐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빼돌린 현금 대부분은 B씨의 카드대금과 대출금 변제 등에 사용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 B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압수물을 계속 보관하는 것처럼 허위 내용의 공문서와 공전자기록을 작성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B씨가 담당한 사건의 기록 검토, 계좌 분석, 압수물 담당자 추가 조사 등 보완 수사를 거쳐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동행사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2일 A씨를,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23일 B씨를 각각 검찰에 구속송치했다. 두 사람은 모두 직위해제 상태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약 3주간의 보완수사를 거쳐 두 사람을 잇달아 재판에 넘겼다.

경찰은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현직 경찰이 압수품에 손을 대는 비위가 잇따르자 지난달 전국 경찰서를 대상으로 증거물 관리 현황 전수조사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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