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원 쓴 전자칠판…수의계약으로 혈세 '펑펑'

데일리한국 2024-11-11 11:31:32
황철규 서울시의원이 제327회 정례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전자칠판 수의계약 행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제공 황철규 서울시의원이 제327회 정례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전자칠판 수의계약 행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제공

[데일리한국 윤정희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1200억원을 들여 학교에 사들인 전자칠판이 시중가보다 최대 150만원 비싸게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황철규 의원(국민의힘, 성동4)은 지난 8일 열린 제327회 정례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학교 전자칠판 구매 과정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11일 황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금까지 약 12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학교 전자칠판을 구매했으나, 대부분의 계약이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져 예산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24년 기준 199억 원 규모의 전자칠판 계약 중 A업체(57억 원)와 B업체(51억 원) 2개 업체가 전체 계약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는 전자칠판 가격이 시중가보다 크게 높다는 점이다. 수의계약 1위 업체의 86인치 전자칠판의 경우 시중가는 390만~450만원 수준이나, 동일한 업체의 학교 납품가는 평균 550만 원으로 대당 100만~150만 원의 차액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제품이 중국산 저가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간단히 조립한 후 국산품으로 둔갑해 비싼 가격에 납품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부품인 패널의 경우 삼성전자(베트남) 제품을 제외하고는 100% 중국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도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는 OEM 방식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황 의원은 "중국에서 저가에 수입한 제품을 OEM 방식으로 단순 조립 후 부풀려 파는 것은 심각한 예산 낭비"라고 질타했다.

또한 "AS 기간이 2년에 불과한데 1년도 안 된 제품에서 잦은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수리비용만 해도 수천만 원이 발생하는 등 제품 신뢰성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 의원은 "서울시교육청은 전자칠판 구매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