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그간 현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혜택을 받았던 2차전지주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다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캠프의 '실세'로 자리 잡으면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났다. 이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나뉘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전일 대비 3.24% 오른 39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또 에코프로 그룹주와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올랐다. 이날 2차전지주는 미국발 금리 인하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법인이 리비안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동반 상승했다.
지난 6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후 2차전지 종목들은 고난을 겪었다. 개표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날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의 주가는 7%가량, 포스코퓨처엠은 8.26%나 떨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45대 미국 대통령 시절부터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기후 변화를 부정했으며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글로벌 전기차 산업이 침체될 위기에 처했다.
더군다나 이번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모두 과반을 확보하면서 정책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돼 전기차 산업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레이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전기차 강제성 완화, 단 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폐기 등의 실현 가능성이 적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관측됐다.
앞서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럼프 캠프에 거액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세에도 여러 차례 동행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당일 마이애미에서 열린 승리 선언 기자회견에서도 일론 머스크를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며 극찬했다. 사실상 전기차의 대표 격인 테슬라를 두고도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에 비우호적인 정책을 내세울 수 있냐는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 2차전지 산업을 두고 여러 의견이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 연구원들의 의견도 일부 엇갈렸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당선은 분명 긍정적인 뉴스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이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을 포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과도하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산업의 수호자가 될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머스크이기에 벌써부터 다양한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머스크와 테슬라에게 큰 손해를 끼칠만한 정책을 트럼프가 밀어붙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또 "가장 우려가 많은 IRA의 경우 이를 폐기하려면 상원과 하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데, IRA를 통해 받은 혜택으로 산업 경기를 부양하고 있는 지역구 의원 등 공화당 내에도 IRA 폐지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전면적인 폐지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론 머스크는 과거 투자자 설명회에서 AMPC 폐지에 암묵적 동의를 표현해 폐지에 힘이 실릴 것이다"라며 "LG에너지솔루션, SK온, 한화솔루션 등은 AMPC 수취 금액을 기타 영업수익에 반영 중으로 AMPC 폐지는 컨센서스 하향 조정 및 현금흐름 압박으로 작용해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또 정원석 iM증권 연구원도 "트럼프에게 거액의 정치 자금을 지원해 준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의 전기차 전환 정책 백지화에 힘을 실어준다"라며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는 기정사실화이고 전기차 세액공제(IRA), AMPC 등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이 폐지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관련 업체들의 중장기 실적 추정치가 현실화 될 필요가 있고 특히 AMPC 수혜를 누리고 있는 배터리 셀 업체들의 경우 하향 조정폭이 더욱 클 것이다"라며 "실적 추정치의 하향 조정은 지금도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2차전지 업종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돼 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