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원 한씨 등 사망자들 빈소 통영·거제·부산 등에 차려져
부인 "가정적인 남편, 사고 전날 전화가 마지막일 줄은…"
(통영=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착실하고 애들한테도 잘해주는 남편이었는데 참 황망합니다."
10일 오후 10시께 경남 통영시 한 장례식장.
금성호 침몰 사고로 숨진 기관원 한모(58) 씨 빈소가 마련된 이곳에서 만난 부인 박모(64)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다는 박씨는 "사고 전날 남편이 전화로 기상이 좋지 않아 제주도에 잠시 배를 대고, 육지에 와서 쉬고 있다고 말했다"며 "그게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는 27년 동안 함께 산 남편 한씨를 묵묵히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가장으로 기억했다.
박씨는 "남편은 고된 일에도 내색 한번 없이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일했다"고 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한씨는 20년 넘게 거제에 있는 조선소에서 일했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남달랐던 그는 매일 쇳가루 날리는 조선소로 향하면서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러다 약 6년 전 조선업 경기 침체로 벌이가 여의찮게 되자 조선소를 그만두고 어선에 몸을 실었다.
배를 타면 긴 시간 조업을 나가야 해 1년에 집에 있는 날이 드물었지만, 부인에게 매번 가족 안부를 묻는 가정적인 남편이었다.
그의 첫째 아들은 "아버지가 평소 세 아들에게 참 잘해줬다"며 "지난 명절에 연락을 드린 게 마지막이었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더 자주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눴어야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착실하고 가정적인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던 한씨 빈소에는 늦은 밤까지 조문객들이 남아 고인을 추억했다.
한씨와 함께 금성호를 탔다가 이번 사고로 숨진 주모씨의 빈소가 차려진 거제시 한 장례식장에도 이른 아침부터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전날 수색 작업 중 발견된 다른 사망자 이모씨의 빈소는 이날 오후 부산 고신대학교 병원에 마련됐다.
부산 선적 129t급 대형 선망 어선 금성호는 지난 8일 오전 4시 31분께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배가 기울고 있다는 신고 후 완전히 침몰했다.
이 사고로 승선원 27명(한국인 16명, 인도네시아인 11명) 가운데 15명은 인근 선박에 구조됐고 이 가운데 한국인 2명이 숨졌다. 실종됐던 12명(한국인 10명, 인도네시아인 2명) 중에서는 이날까지 한국인 2명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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