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필수인력으로 자리잡아…"외국인에 대한 편견도 줄어"
"내국인과 갈등·차별·자녀 부적응 등 각종 문제점 해결은 과제"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최근 역대 최다인 268만명을 기록하는 등 본격적으로 시작된 다문화 시대는 우리 사회 곳곳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이들 외국인은 제조업과 건설업, 농·어업, 서비스업 등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제 몫을 다해 산업현장의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법무부가 지자체와 협력해 2015년부터 시행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모범적인 선례로 평가받는다.
파종기·수확기 등 계절적으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어업 분야에서 외국인을 고용하는 제도로, 지난해에는 지자체에 4만647명이 배정됐다.
고숙련 외국인력 활용을 위해 2004년 8월 처음 시행한 고용허가제(E-9)를 통해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한 외국인은 20년간 100만명에 이른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회사와 업종이 생겨날 정도로 이들은 우리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업종 범위를 확대해 음식점업, 광업, 임업 등의 분야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내 인력난 해소를 위해 또 한 번 팔을 걷어붙였다.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문화 구성원으로서의 소회 등을 이야기하는 등 양국 간 교류의 핵심 역할을 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과거보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도 줄었다.
여성가족부 등에서 주기적으로 내놓는 조사 결과도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2021년)에 따르면 본인 또는 자녀가 결혼하려는 상대방 가족의 형태가 다문화가족 자녀인 경우 79.2%가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용도는 4점 만점에 3.06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여가부의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2021년)를 보면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은 71.39점으로 성인(52.27점)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기성세대보다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다문화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편견이 다소 줄었다는 통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외국인 증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필요에 의해 유입된 이들은 대한민국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으나 뿌리 깊은 '반(反)다문화 정서' 등으로 인해 정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단일민족' 및 '단일문화'가 익숙한 일부 기성세대들은 다문화 사회라는 것을 인정하기를 꺼린다. 내국인 일자리 감소로 인한 차별, 범죄 발생 등 치안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언어 문제로 인한 소통 부재로 산업재해 위험 증가, 취업 사기 및 임금 체불 피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수록 내국인과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 밖에도 종교 및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따돌림과 이로 인한 부적응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한다.
다문화 학생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녀는 학업 적응과 진로 설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또래와의 학력 격차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은 '빛과 그림자'라는 양면을 모두 갖고 있다.
다문화 사회를 언급할 때 선진국 중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사례가 종종 거론된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 튀르키예와 이탈리아 등에서, 프랑스는 식민지 시절부터 북아프리카 국가 등에서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였다.
특히 독일은 지난 2000∼2020년 사이에 이주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인구가 170만명 증가했다. 출생률 저하·이민 등에 따른 자연 감소를 감안하면 이주민이 없었다면 500만명 이상 인구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민자들을 노동력으로만 취급하고 사회통합 정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아 차별과 편견, 경제적 불평등 등의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독일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사회통합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들 국가에 비해 아직 다문화 사회 초기인 한국도 이런 사례들을 참고해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김현정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는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한 독일은 포용적 이민 정책을 확대하고 실정에 맞게 이민법을 개정했다"며 "이에 맞춰 신규 유입된 이민자와 기존 공동체 간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성 교육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는데 이 사례를 대한민국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apha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