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감장치 장착 냉난방기 5대중 1대뿐…환경부, '계획'만 있어도 허용키로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가스열펌프(GHP) 배출가스 저감장치 장착이 더뎌 학교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대형건물 냉난방에 비상이 걸렸다.
원칙적으로는 연내 배출가스 저감장치 장착을 마쳐야 하기 때문인데, 환경부는 장착 기한을 사실상 내년까지 연장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10일 환경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가스열펌프는 6만9천785기다. 공공시설에 3만7천850기, 민간시설에 3만1천935기가 설치돼 있다.
가스열펌프는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엔진을 이용해 압축기를 구동하는 대형 냉·난방 장치다. 여름철 전력수요를 줄이고자 2011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는 공공기관이 일정 규모 이상 신·증축할 때 냉방설비용량 60% 이상을 전기를 사용하지 않은 설비가 담당하도록 규정돼있다.
이 때문에 학교를 중심으로 공공기관에 가스열펌프 설치가 크게 늘었다.
다만 학교는 가스열펌프 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가 불거지며 올해 7월 비(非)전기식 냉방설비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스열펌프 문제는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내뿜는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22년 인천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가스열펌프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해보니 일산화탄소는 평균 432ppm, 질소산화물은 평균 399ppm에 달했다. 산업용 보일러 몇 배의 대기오염물질을 내뿜은 것이다.
환경부는 그해 6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고쳐 가스열펌프를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에 포함하고 2025년 1월부터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로 신고한 뒤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시설 설치 등 관련 규제를 따르거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해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배출가스 저감장치 장착을 완료한 가스열펌프는 1만5천112대에 불과하다. 저감장치를 다는 대신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로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가스열펌프 5대 가운데 4대는 해가 바뀌면 원칙적으로 운영할 수 없게 된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장착이 더딘 이유는 장치 개발이 늦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말에야 국립환경과학원 인증을 받은 장치가 처음 나왔으며, 아직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개발되지 않은 제품도 많다.
현재 LG와 삼성, 삼천리 등 국내 제조사 가스열펌프만이 인증된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있다. 특히 오래 전 설치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가스열펌프는 일본기업 제품이 많은데, 이 제품들에 맞는 저감장치는 아직 없다.
서울 민간건물에 설치된 가스열펌프(9천689기) 중 41.2%(3천992기)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달 수 없는 모델로 알려졌다.
정부와 지자체의 배출가스 저감장비 장착비 지원이 설치 16년 미만인 가스열펌프에 대해서만 이뤄지는 점도 문제다. 설치하고 16년이 지난 가스열펌프는 내구연한을 고려하면 곧 교체될 가능성이 커 장착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현재 보조금이 지원되는 가스열펌프 배출가스 저감장치 장착비는 1대당 평균 3천243만원이다. 대형건물은 수십 대의 가스열펌프를 운영하는데, 보조금(장착비 90%)이 없다면 배출가스 저감장치 장착에 수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에 환경부는 장착 기한을 사실상 연장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저감장치를 장착하기로 계약했거나 저감장치가 개발되지 않은 경우 등엔 개선계획을 내면 지자체가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신고를 받아들이게 할 계획이다. 지자체엔 관련 내용을 이미 통보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장착 계획이 있다면, 일단 가스열펌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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