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베트남에서 불법 조업 단속·치안 담당
"양여 대상국과 우호 협력 강화, 국내 중소 조선업도 활성화"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해양경찰청 퇴역 경비함정들이 다른 국가로 양여돼 제2의 임무를 부여받고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9일 해경청에 따르면 1953년 해경 창설 이후 다른 국가에 퇴역 함정이 양여된 사례는 모두 7건이다.
해경청은 2012년 1천t급 1척, 250t급 2척 등 3척의 함정을 베트남에 유상 매각한 이후 8년간 양여를 하지 않다가 2020년 300t급 2척을 에콰도르에 무상 양여했고, 올해에는 25t급과 100t급 등 2척의 함정을 베트남에 무상 양여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해경 최초의 3천t급 함정인 3001함을 에콰도르에 무상 양여한다.
1994년 부산 해경에 배치된 이 경비함은 30년간 우리 해역 수호 임무를 완수하고 지난 3월 퇴역했다.
이러한 퇴역 함정들은 내구연한 20년을 넘겨 대체 함정 건조 때까지 보통 30년 가까이 운영된 선박이지만 리모델링을 거쳐 해당 국가의 해상 치안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에콰도르 해군은 퇴역 함정을 중남미 갈라파고스 해역에 배치해 불법어업 단속에 활용하고 있고, 베트남 공안부도 해경의 퇴역 고속정을 메콩강 지류에 배치해 내륙 수로 치안을 유지하고 있다.
주한 에콰도르대사관에 따르면 해경이 양여한 경비함 2척이 2022∼2023년 2년간 밀수 단속을 벌여 압수한 마약류만 4천742kg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개발도상국들은 퇴역 함정 양여를 꾸준히 요청해 왔지만 2020년 관련 법령 개정 전에는 법적 근거가 없어 무상으로 경비함을 양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2020년 개정 해양경비법에 '해양경찰은 용도 폐지된 함정을 국제협력 증진을 위해 개발도상국에 무상 양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해 무상 양여의 길이 열리게 됐다.
해경청은 퇴역 함정 양여 사업이 우리 국적선의 글로벌 해상교통로 안전 확보와 상대국 해상치안기관과의 협력관계 강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양여 전에 선박 수리를 거치기 때문에 국내 중소 조선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는 퇴역 함정 폐기 때 고철 매각 수입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 이상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강조한다.
해경청은 함정 양여 사업을 확대하고 대상 국가 선정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참여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관련 절차 보완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종욱 해경청장은 "퇴역 경비함정들이 양여 대상국 해상치안기관과의 우호 증진에 촉매 역할을 하며 우리 국적선의 안전 확보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며 "수십년간 국내 해상주권 수호의 임무를 마친 함정들이 새로운 국가에서 다시 해양 치안 유지의 파수꾼 역할을 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