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석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10쌍 중 한 쌍이 신부나 신랑이 외국인인 다문화 혼인이었다고 한다. 코로나 때 위축됐던 국제결혼이 다시 활발해지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 비중이 10.6%로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유형별로 보면 아내가 외국인 경우가 10건 중 7건(69.8%)이었다. 남편이 외국인 경우는 10건 중 2건(17.9%) 정도였다. 나머지(12.3%)는 부부 모두 또는 어느 한쪽이 귀화자인 경우다. 외국인끼리 한국에서 결혼한 사례는 다문화 혼인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아내가 외국인이거나 귀화자인 경우 출신 국적은 베트남(27.9%), 중국(17.4%), 태국(9.9%) 순으로 많았다. 아무래도 결혼이주여성이 많은 영향이다. 외국인 혹은 귀화자 남편의 국적은 중국(6.9%·1천411건)이 미국(1천409건)을 근소하게 앞섰고 다음은 베트남(3.9%) 등의 순이었다. 유독 베트남 국적의 남편 증가세(32.8%)가 눈에 띈다. 한국 여성과 베트남 남성 간 혼인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이 의아할 수도 있는데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이혼한 베트남 출신 한국 여성이 베트남 남성과 재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지난해 외국인 신부 중에는 베트남 여성, 외국인 신랑 중에는 중국 남성이 제일 많았다.
국제결혼뿐 아니라 여러 이유로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계속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으로 3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한 외국인 주민 수는 약 246만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대구시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국내 총인구의 4.8% 수준으로 100명 중 5명이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외국인 취업자는 지난해 92만3천명으로 이미 9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위험업종의 빈자리를 꾸준히 채우면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 지난 6월 발생한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에서도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이었다.
우리 산업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지탱하기 어려운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이제 농어촌 일손은 물론이고 건설 현장, 식당일, 간병인까지 외국인 인력이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지방대는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재정적으로 견디기 힘들어진 지 오래다. 그런데 이민자나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그만큼 따뜻해졌을까. 여전히 포용보다는 배제의 경향이 강하지 않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하는 '국민 다문화 수용성 지수' 조사(2021년)를 보면 100점 만점에 52.27점에 불과하다. 2015년과 2018년 조사 때보다 지수가 되레 하락했다. 몇 년 전 조사였지만 새로 조사한다고 해도 이런 경향에 얼마나 변화가 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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