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발표가 지난 5일 있었다. 생각보다 심각했다. 615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문체부 장관 승인 없이 진행했고, 56억원에 달하는 국가 보조금을 허위보고로 수령했다는 것.
이외에도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서의 잘못, 지도자 시험에서의 비리, 비상근 부회장 등에게 급료성 자문료 지급, 천안축구센터 건립에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정몽규 회장, 김정배 상근부회장 등에게 자격정지 이상(자격정지, 해임, 제명)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또 총 27건, 19명에 달하는 징계도 요구했다.
사법기관이 아닌 점과 FIFA의 정치적 간섭 등을 우려해 강제성보다 ‘요구’ 정도의 징계로 말했지만 이정도면 국가기관의 문법상 상당히 강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는 반박문을 통해 재심의를 요청하겠다는 대응을 했다. 반박문에서 논리없는 말을 이어간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어떻게 한국 축구 최상위기관으로 일해왔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스포츠코리아▶27건의 부정-19명의 징계-56억원의 허위수령
문체부는 최종감사발표에서 대한축구협회가 1.국가대표 감독 선임(위르겐 클리스만, 홍명보)에서의 절차위반과 부적정 운영 2.필수자격증 미보유자를 국대 지도자로 3.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에 국고보조금 허위 신청 4.축구인 사면 부당처리 5.비상금 임원에 28억원을 지급하는 방만 집행 6.지도자 강습회에서 불합격되어야할 6명을 합격으로, 합격되어야할 3명을 불합격 처리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우 전력강화위가 힘을 쓰지 못하게 무력화한 후 자격없는 정몽규 회장이 직접 면접을 봤다. 홍명보 감독 역시 자격이 없는 이임생 총괄이사가 감독 선임을 진행했다.
국가대표팀 피지컬코치는 AFC 피트니스레벨1이 필요한데 자격증이 없는 이를 고용했다는 점,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을 위해 문체부 승인없이 615억원을 대출받은 점, 해당 센터에 사무공간을 제외한다는 조건으로 56억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은 뒤 실제로는 사무공간을 만드는 것까지 그야말로 황당한 운영을 했다.
여기에 대한체육회 규정상 승부조작범에 대한 사면은 불가했지만 하위기관인 대한축구협회가 이를 무시하고 사면을 발표했다가 되돌렸다. 또 비상근임원들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28억원을 방만하게 지급하고 지도자 자격증 합격자 역시 점수대로가 아닌 입맛대로 합격-불합격 시키는 불공정도 저지른 것이다.
▶축구협회의 무논리의 반박
축구협회는 문체부의 발표 하루뒤인 6일 입장문을 통해 반박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건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그랬듯 문체부 논리를 뒤집을 증거가 아닌 ‘위원장이 전권을 위임받았다’, ‘정몽규 회장은 면접이 아닌 의견을 청취했을 뿐’이라고 했다. 또한 홍명보 감독에 대해서도 ‘이임생 이사는 면담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들의 상위기관이자 정부기관이 몇 번이나 ‘부정하다’고 해도 그저 ‘권한이 있다’와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는 축구협회였다.
자격증이 없는 코치진 선임에 대해서는 감독이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는 ‘축구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이라고 했고 피지컬 코치의 자격증 역시 ‘1명의 코치가 2개이상의 분야를 맡기도 한다’며 현실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다른 기관도 아닌 축구기관인 AFC가 요구하는 자격증도 없는 코치진을 선임해놓고 ‘축구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을 수밖에 없다.
615억원의 승인받지 않은 대출에 대해서는 ‘협회에서 승인을 요청했을 때 문체부 관계자가 교체되면서 지체되었고, 협회와 문체부 관계자의 소통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도 고려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종료되고도 제대로 소통하고 대출을 받아야하는 ‘기본’을 무시하고 ‘소통 문제’로 615억원의 대출을 이해받으려는 황당한 말을 하고 있다.
사무공간 제외로 56억원을 받고 설립해 허위수급한 것에 대해서는 이제와서 ‘문체부와 이건에 대하여 상의할 예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되니 ‘얘기하려했다’고 말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승부조작범 사면에 대해서도 오히려 ‘대한체육회가 규정을 개정하면 대한축구협회도 함께 규정을 개정하는지 확인하거나 안내한적이 없다’며 대한체육회 탓으로 돌렸다. 또한 ‘이미 사과했다’며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사안에 대해 지난 일로 운운했다.
정말 문제가 될만한 P급 지도자 합격자를 바꿔치기한 것 등은 아예 언급도 하지 못한 축구협회는 문체부가 감사를 해 몇 번이나 잘못됐다고 말하는 감독 선임에서 우월한 논리를 내놓지 못한채 도돌이표 반박만 하며 황당한 변명으로 대응했다.
국가 돈 56억원의 허위수급도 ‘얘기하려했다’는 식의 논리가 반박-해명인 축구협회. 한국 최고 인기스포츠인 축구의 최상위기관으로 그동안 어떻게 운영되어왔는지 황당한 무논리 반박일 뿐이었다.
ⓒ연합뉴스▶사실상 ‘정몽규-홍명보’ 나가라인데…
문체부는 정몽규 회장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홍명보 감독에 대해서는 “권한없는자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선임이라는 것이 확인된 만큼 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에서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자를 다시 추천하여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하자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표현이 절제된 정부문법을 비추어봤을 때 결국 이번 감사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에 대해 해임을 얘기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이를 대한축구협회가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문체부는 “저희는 공공감사 법률에 따라 감사 결과 징계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 문체부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축구협회 공정위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감독부서인 체육국 등과 논의하여 보조금 지원 제한 등 실효성 있는 제재 논의할 것이다. 문체부 차원에서 축구협회가 정상적 조직으로 거듭날 때까지 저희가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 모든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문체부에 재심의를 요청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2개월가량의 시간을 벌게 된다. 2개월은 딱 정몽규 회장의 3선 임기가 끝나는 시점. 한국축구 최상위기관이지만 감사결과를 통해 비정상적조직임이 명명백백히 드러난 대한축구협회가 과연 정부에 맞서는 길을 걸을지, 아니면 감사 요구를 받아들여 국민에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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