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7인 별도의 '숙의 모임' 만들어 주주·시장 목소리 듣기로
"유증 결정 충분한 논의 거쳐 이뤄졌으나 시장·당국 우려 커 숙의키로"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2조5천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자 고려아연 이사회가 주주와 시장의 입장을 충분히 살펴 숙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찾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8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정기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관련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 관련 등 안건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지난달 30일 제출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당시 금감원은 유상증자 추진 경위 및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들만 참여하는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 이번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주주·시장과 당국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 숙의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외이사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이사회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이뤄졌으나 주주와 시장의 정서를 보다 깊이 생각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여기에 오해를 살만한 증권신고서 실사일 오기 등이 있었고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당초 지배주주보다 일반주주를 통한 경영을 확립하자는 이사회의 강한 의지가 퇴색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외이사들이 따로 오프라인에서 만나 시장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숙의해 유상증자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모아 전체 이사회에서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들은 별도의 숙의 모임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사내이사나 기존 이사회의 반대하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구성됐으며 사외이사는 7명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 TD사업부문 사장, 정태웅 제련사업부문 사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장형진 영풍 고문, 최내현 켐코 대표, 김우주 현대차 본부장 등 기타비상무이사 3명을 제외한 사외이사 7명은 법률·세무·경영 등 분야 전문가·교수 등으로 이뤄졌다.
이사회는 이날 금감원이 요구한 정정 신고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향이나 조치는 결정하지 않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금감원 요구에 대해 아직 수정안이나 결정안이 나온 것은 없다"며 "이사회가 주주·시장 등의 우려를 충분히 검토하고 숙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 결정하게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