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강동원 "멜로 장르보다 코미디·액션이 제일 재미있어요"[인터뷰]

스포츠한국 2024-11-08 07:00:00
강동원. /사진=AA그룹 강동원. /사진=AA그룹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사극 속 강동원은 스타일리시하다. 봉두난발일지언정 분노가 담긴 칼춤은 어딘가 고아하다. 몸 잘 쓰는 강동원과 액션의 정수라 칭할 수 있는 화려한 검술의 조합은 '필승'이라고 할 만하다. 강동원이 '천영' 역으로 활약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란'은 지난 10월 11일 공개 이후, 공개 2주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를 차지했고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 총 8,300,000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을 넘어 카타르, 대만 등 7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총 74개 국가에서 TOP 10에 오르며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난 강동원은 높은 글로벌 성적을 두고 "좀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라며 솔직한 욕심을 내비쳤다.

"이번 작품이 액션이고 사극이니까 많이 봐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공개 전에는 걱정이 많았죠. 너무 드라마로 포장을 하면 접근하기 쉽지 않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다행히 액션으로 받아들여주셨어요. 제 미국 친구들은 공개한 지 2주가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꾸준히 연락이 와요. 이제 봤는데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아직도 계속 보는구나 싶기도 하고 왜 이제 봤지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죠. 제 연기를 두고는 특히 칼을 잘 쓴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어제도 함께 식사한 분이 검도를 하셨나 물어봤어요."

강동원이 연기한 천영은 노비의 신분이지만 타고난 무예 실력을 지닌 인물이다. 종려 대신 본 과거 시험에서는 장원급제를 할 만큼 따라올 자 없는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의병으로 왜적들과 맞서 싸운다. 강동원은 앞서 '형사 Duelist'(2005)와 '군도:민란의 시대'(2014)에서 뛰어난 무예를 선보인 바 있다.

"'군도'를 할 때 만화책을 보면서 이런 자세를 만들어야겠다' 고민하고 연습을 했었어요. '형사' 때는 무용에 더 중점을 뒀고요. 이번에는 그 두가지 다 써먹었어요. 저는 칼 쓰는 것도 운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군도 때 기본기를 다졌는데 상단 베기 100번, 대각선 베기 100번, 수평 베기 100번 같은 걸 하루 천 번씩 연습했어요. 그때 베이스를 잘 만들어놔서 이번 작품은 오히려 좀 수월했죠."

'전, 란'은 액션도 화려하지만 주요 인물인 천영과 종려의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과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 서로를 향해 시시각각 변모하는 감정선이 깊은 서사로 남는 작품이다.

"종려가 어릴 때는 힘든 노비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유일한 친구였다가 나중에는 면천해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사이가 틀어져 천영을 죽이려고 하잖아요. 아무리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해도 친구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겠죠. 7년 뒤에는 진짜 증오가 돼서 애정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의 관계가 됐고요.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면 7년 후가 진짜 편안한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노비 생활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았잖아요. 전쟁을 겪는 것도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기족 같은 친구들도 생기고 천영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면 다시 자유가 없어질 테니까 전쟁이 끝나는 게 좀 아쉬웠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강동원. /사진=AA그룹강동원. /사진=AA그룹 강동원. /사진=AA그룹강동원. /사진=AA그룹

혼란스러운 전쟁의 시대를 다룬 만큼 극중 인상 깊은 장면들이 많지만 강동원은 초반에 등장하는 칼 씹는 연기를 언급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뇌리에도 인상적으로 남을 장면이다.

"그 장면은 입 안에 마우스 피스를 4~5개 정도 끼우고 칼을 물었어요. 칼의 끝은 날카로우니까 둥글게 다듬었죠. 칼을 입에 무는 게 될까 싶었는데 첫 테이크에 바로 되더라고요. 칼이 적당히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화면을 보니까 꽤 많이 들어갔어요. 화면에서는 잔인해 보이고 칼이 훅하고 들어가 보이거든요. 아프지도 않았고 안전하게 촬영했어요."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전,란'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강동원은 부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의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이 장음과 단음을 지적하며 디테일한 디렉션을 요구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했다.

"박 감독님이 현장에는 딱 두 번 오셨어요. 처음 4회 차쯤에 한 번 오시고 제 대사의 장음과 단음 발음을 지적하고 가셨죠. 그다음에는 회식하는 날 술을 드시러 오셨어요. 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회의를 했던 기억이 나요. 장음과 단음도 제가 '장원급제'라고 했더니 '장-원급제'라고 말해주셔서 처음에는 농담을 하시나 했어요.  이런 부분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구나 싶었죠."

강동원은 극중 남다른 브로맨스를 선보인 박정민에 대해 "꾸밈이 없고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왕 답지 않게 옹졸하면서도 비열하기까지 한 선조를 연기한 차승원에 대해서는 "멋있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민 씨는 꾸밈이 없고 좋은 사람이에요. 정민 씨가 눈물을 글썽거릴 때마다 어디까지 가려고 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걸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나 싶었죠. 정민 씨가 천영과 종려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 와서 저도 그 둘의 관계에 더 깊게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천영의 입장에서는 진짜 형제 같은 감정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좀 모자란 동생인 거죠. 실력은 출중하지만 마음은 약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천영이 과거 시험을 대신 보게 된 것도 종려의 실력이 모자라서 낙방했다기보다는 남을 잘 때리지 못해서 낙방을 한 거죠. '니 칼에는 분노가 없어'라는 대사도 나오잖아요. 차승원 선배는 첫 리딩 때 선배님이 준비해 온 톤을 보고 선조가 어울릴까 싶었어요. 제가 생각한 느낌과는 다르게 준비를 하셨더라구요. '저렇게 연기할 수도 있구나'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좋더라구요. 멋있었어요. 수염도 그렇고 뭔가 왕 같았죠."

강동원은 2003년 MBC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뒤 '전우치'(2009), '군도: 민란의 시대'(2014), '검은 사제들'(2015), '검사외전'(2016), '가려진 시간'(2016), '반도'(2020),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2023) 등의 작품으로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화려하게 채우며 20년 인생을 그려왔다. 올해에는 '설계자', '전, 란'을 연달아 선보였고, 내년에는 드라마 '북극성'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연기 변신보다는 다양한 캐릭터를 해 보는 게 좋아요. 했던 캐릭터를 또 하는 건 지겨우니까 일단 비슷한 인물은 피하게 되는 거죠. 코미디를 안 한 지가 좀 된 것 같아서 코미디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더 나이 들기 전에 액션을 좀 더 찍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좀 코미디랑 액션물을 할 때가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로맨스도 재밌을 수 있겠지만 제 성격이 그냥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별로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오히려 판타지 멜로 장르라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