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대미 무역흑자 4위 베트남 '긴장'…"위기이자 기회"

연합뉴스 2024-11-08 00:00:41

트럼프 1기 때는 미중 무역전쟁 수혜…흑자축소 압박 예상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중국에 이어 새로운 세계 제조업 허브로 떠오르는 베트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재집권을 앞두고 '트럼프 2기'의 무역정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중 무역 전쟁의 수혜국이었지만, 이제 대미 무역흑자 4위 국가로서 트럼프 2기의 초강력 보호무역주의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올해 1∼9월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는 약 900억 달러(약 126조원)로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크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베트남에 대해서도 대규모 무역흑자를 문제 삼으며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의 모든 수입품에도 최대 20%의 관세를 매긴다고 공약한 바 있다.

앞서 미 대선을 앞두고 베트남 관리들은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보다는 무역 정책의 현상 유지 가능성이 큰 카멀라 해리스 후보 측을 선호한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베트남의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 그리고 중국 기업들이 우회 수출 경로로 베트남을 이용한다는 점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법률회사 루서의 베트남 대표인 레이프 슈나이더는 베트남이 "이러한 보호주의 조치의 표적이 돼 부수적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을 겨냥한 보호주의 조치로 공급망의 탈(脫)중국 흐름이 가속할 수 있으며, 베트남은 생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려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목적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베트남이 중국 밖으로 나오는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따른 이익이 관세와 무역 제한 조치로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북부 하이퐁 딥씨(DEEP C) 산업단지의 한 외국인 관계자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베트남에 기회와 도전을 모두 제시한다"면서 불확실성이 지배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한 고위 외교관은 베트남이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나 록히드마틴 C-130 허큘리스 수송기 등 고가 품목을 도입, 무역흑자를 줄여 양국 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기업이 최근 베트남 회사와 협력해 베트남에서 15억 달러(약 2조900억원) 규모의 골프장·호텔·리조트 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베트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베트남에 있는 한 외국인 투자자가 말했다.

또 베트남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삼성전자 등 여러 한국 기업도 미국의 베트남 대상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주베트남 대사관과 우리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주베트남 대사관 관계자는 "미국의 베트남 상대 무역 조치가 이곳의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을 여러 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베트남을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을 우선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베트남 국가서열 1∼3위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르엉 끄엉 국가주석, 팜 민 찐 총리가 일제히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했다고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이 전했다.

이들은 양국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1기와 2기 모두에서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정, 협력, 발전을 위해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