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쾌락 호르몬으로 알려졌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초콜릿을 먹을 때, 섹스할 때, 마약을 흡입할 때 도파민은 솟구친다. 도파민이 너무 자주 분비되면 우리는 중독된다. 음식 중독, 섹스 중독, 마약 중독의 길로 들어선다.
가령, 초콜릿은 뇌의 기본 도파민 분비를 55% 늘리고, 섹스는 100%, 코카인은 225%, 암페타민은 1000%까지 증가시킨다. 도파민 분비 수치가 높을수록 중독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그러나 도파민은 중독만 초래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분량의 도파민은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우울증과 파킨슨병에 걸린다.
도파민은 생존에도 필요하다. 도파민이 없으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음식도 찾아 먹지 않게 된다. 유전자 조작으로 도파민을 만들 수 없게 된 쥐는 음식을 입 안에 넣어주면 씹어먹지만, 조금이라도 음식을 멀리 떨어뜨려 놓으면 굶어 죽는다. 음식을 코앞에 놓아도 찾지 않는데, 이는 도파민이 없어 생존에 필요한 물질을 얻기 위해 노력할 동기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건강하게 살려면 도파민 분비량이 지나치게 많아도, 지나치게 적어도 안 된다. 즉 적절해야 한다.
베스트셀러 '도파민네이션'의 저자 애나 렘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가 이 책의 후속작인 '도파민 디톡스'(흐름출판)를 내놨다. 도파민 탐닉으로 위기에 빠진 정신 상태를 다시 건강하게 되돌려 놓는 법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휴대전화, 일, 도박 등 강박적인 중독에서 헤어 나오려면 적어도 4주의 '도파민 디톡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도파민 디톡스는 1주 차 때 핵심 자극을 끊어내는 데 집중하고, 2주 차 때는 더 심화한 금욕을 시행하는 걸 골자로 한다.
가령, 1주 차 때 스마트폰이나 소셜 미디어, 게임 같은 활동을 선정해 사용을 제한한 후 2주 차 때는 운동, 독서와 같은 새로운 습관을 도입하는 식이다.
3~4주 차에는 명상하거나 일기에 자신이 겪고 있는 금단 증상과 도파민 해독 효과를 기록한 후 4주가 지난 후에는 기존에 끊었던 스마트폰 등 도파민 자극을 서서히 다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다만 이전과는 다르게 절제하는 습관을 유지하는 게 키포인트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도파민 디톡스는 어떤 약물, 사람, 상황인지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 누군가는 그럭저럭할 만한데 누군가는 수영복을 입고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것처럼 힘겨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고, 한 번에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고빛샘 옮김.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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