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석수선의 K-디자인 이야기…시니어 친화적 디자인

연합뉴스 2024-11-08 00:00:29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시니어(senior) 인구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전략이 절실하다.

현대 사회는 고도로 발달한 의료산업과 문명의 혜택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고령화가 빨라지는 추세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4년 7월을 기점으로 1천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9.5%를 차지하고 있다.

UN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을 때 '초고령화 사회'(Super-Aged Society)로 구분한다. 2025년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20.6%로 예상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경제발전과 성장이 진행했다.

[그래픽] 전국 광역시도 소멸위험도

동시에 인구의 고령화 또한 가장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 비해 시니어 인구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비즈니스 전략은 매우 미흡하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은 고독, 역할상실, 빈곤, 질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자신감이 떨어져 사회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지원받아야 할 노인인구 급증으로 의료비 증가, 연금 고갈, 노동 인력 감소, 사회복지서비스 등의 문제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노인 빈곤율이 높은 한국에서는 노후에 대비한 체계적인 준비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픽] OECD 주요국 노인 빈곤율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노년층의 건강 관리 필요성도 중요해지고 있다. 만성 및 중증 질환의 치료는 물론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다양한 의료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 노인 개개인의 부담은 물론 기관의 비용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인 의료비 증가는 개인과 가계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건강보험 수급비 증가로 이어져 사회적 의료비 부담을 가중한다.

의료비 부담 증가는 건강보험 체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따라서, 1차 의료기관, 중소병원, 상급병원 간의 역할 분담을 통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포괄적인 건강관리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층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맞춤형 돌봄 서비스 확립을 위한 제도 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화 사회의 노인 인구는 현재의 노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 수준과 소득을 가질 것이다. 따라서 개인주의적인 가치관과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능력이 향상되며, 건강 상태도 개선될 것이다.

앞으로의 노인은 기존의 시니어 인구보다 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노년의 라이프를 원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이러한 노인 인구의 질적 변화는 고령 사회에 새로운 긍정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비스 디자인을 위한 시니어층의 사용자경험(UX)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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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와 디자인은 특별하지 않아야 한다. 서비스와 제품 전략에 있어 시니어 전용의 컨셉보다는 사용과 경험에 있어서 세심하기에 불편 해소를 지원하는 '시니어 친화적(Senior Friendly)' 설계와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시니어 친화적 디자인은 노인층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접근 방식이다. 사용자 경험(UX)을 높이고, 불편을 최소화하며, 특히 시력, 청력, 이동성, 이해 능력 등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는 고령자를 위해 최적화된 디자인이다.

디자인적 원칙을 몇 가지 들자면 우선 큰 글자와 색상 대비가 높아야 한다. 고령층의 시력을 고려해 글자 크기를 크게 하고, 배경과 텍스트의 대비를 높여 시인성을 개선한다. 스마트폰의 문자 크기를 크게 설정할 수 있게 하거나 고 대비 모드를 제공해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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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의 도입이다. 내비게이션을 예로 들면 복잡한 메뉴 구조 대신 간단하고 직관적인 내비게이션 메뉴가 필요하다. 버튼을 큰 아이콘으로 디자인하고, 불필요한 장식이나 복잡한 기능을 제거해 직관적으로 쓸 수 있게 한다. 대표적으로, 애플 아이폰의 iOS '손쉬운 사용' 기능은 복잡한 터치스크린 조작을 간단하게 바꿔주며, 화면의 주요 기능을 큰 버튼으로 구성하는 등 고령자에게 친숙하게 설계돼있다.

세 번째로 음성 인식과 안내 기능 디자인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에서 음성 명령을 통해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은 사용 편의성을 높인다. 고령자용 스마트 스피커나 AI 비서는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음성 명령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알림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음성으로 사용법을 안내하는 기능이 있으면 제품 사용이 훨씬 쉬워진다. 그야말로 시니어 친화적이다.

네 번째, 보행 보조 제품의 인체 공학적 디자인 적용 사례다. 지팡이, 보행기와 같은 보조 제품에 인체 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해 장시간 사용해도 피로감을 덜 느끼게 하거나 미끄러짐을 방지하게 한다. 또한 가벼운 소재를 쓰고, 높이 조절 기능을 추가하는 등 편의성을 높이는 설계가 시니어 친화적 디자인의 중요 요소다.

다섯번째로 큰 버튼과 쉬운 조작 방식의 전자기기를 들 수 있다. 고령자 전용 전화기나 리모컨과 같은 제품은 큰 버튼과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설계돼 쓰기 쉽다. 예를 들어, 키패드가 큰 전화기나 조작 버튼이 몇 개 안 되는 리모컨은 고령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손쉬운 온라인 접근성을 위한 웹사이트 설계가 필요하다. 웹사이트와 앱에서 버튼이나 링크의 크기를 크게 하고, 정보를 간결하게 배치해 혼동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읽기 쉬운 폰트와 여백을 충분히 활용하고, 정보는 간결하게, 필요한 단계는 최소화하는 것이 시니어 친화적 웹사이트 디자인의 핵심이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선진국 기업은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시니어 비즈니스 전략으로 고령화에 대응해오고 있으며 긍정적 기업의 제품 인지도를 향상하고 있다. (계속)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연세대 대외협력처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