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이상하게 보던 이들도 이젠 폐품 가져다줘…제자 응원이 가장 뿌듯"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연금도 받고 집도 있는 사람이 왜 폐품을 줍냐고 처음엔 이상하게 보던 사람들이 이젠 먼저 폐품을 가져다 줍니다."
7일 제13회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전직 교장선생님인 김종태(75)씨는 연합뉴스에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초등학교 교직에 있던 시절 폐지 등 폐품을 주워 판 돈을 이웃에 기부해 '폐지 줍는 교장선생님'으로 불렸다. 퇴직 후에도 이렇게 모은 돈을 기부해 40년 가까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가난하게 자라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쓸 수 있는 물건을 함부로 버리는 게 안타까웠죠. 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 이웃돕기 차원에서 폐품을 줍기 시작했어요."
학교 주변 폐지는 물론 병, 깡통, 전선 등을 부지런히 모았다. 농촌 지역에서 근무할 땐 논밭을 돌며 농업 쓰레기를 주워 모았다. 그렇게 고물상에 내다 판 폐품이 한 달에 1t 가까이 나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혼자 모으기 어려웠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도와주는 이들까지 생겼다.
"끈기가 대단하다", "응원한다"며 헌 옷이나 빈 병을 갖다주는 이들 덕에 매월 폐품 판매 수익 20만∼30만원을 기부할 수 있었다.
교통비를 아껴 더 많은 이웃을 돕고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8∼25㎞의 출퇴근길에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용돈, 생활비에 '모범공무원'으로 뽑혀 받은 상금 360만원가량도 모두 기부했다.
평생 교직생활을 한 그는 학생들에 대한 감정이 유난히 애틋하다. 나눔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 계기도 제자였다.
"한 번은 제가 가르치던 학생이 학교건물 3층에서 떨어지는 일이 있었어요. 기적적으로 한 군데도 다치지 않았는데,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좋은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더군요."
김씨는 돈이 없어 수술비가 없는 백혈병 환아 등 학생들도 도왔다. 심장병 어린이를 도우려 대구사랑의열매에 1천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소에도 수년간 250여만원을 기부했다.
김씨는 "큰 기부가 아니었다"고 겸손해하면서도 "제자들에게 존경, 응원의 문자를 받으면 뿌듯하다"고 했다. "평소에는 잘 몰랐던 학생들이 '우리 선생님이 이런 선행을 하니 놀랍고 존경스럽다'고 할 때가 가장 보람이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인정으로 훈훈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큰 상을 받아 영광이고, 더 많은 사람이 기부와 봉사를 해서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KBS 신관 공개홀에서 나눔국민대상 시상식을 열고 이웃사랑을 실천한 128명에게 나눔국민대상을 수여했다.
국내외 취약계층 아동에게 10억원 넘게 후원하고 기부 모임을 운영한 윤용혁(84)씨 등 3명은 국민포장을,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도 수급비와 월급을 아껴가며 18년간 장애인거주시설 등에 후원해온 윤판용(65)씨 등 5명은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은 복지부·KBS·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주최하며, 매년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한 이들과 기관을 발굴해 시상하고 있다.
fa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