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15분 이어 125분 회견…명태균 논란·김여사 문제에 직접 답변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140분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고개를 숙여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담화와 기자회견을 진행했지만, 국정 운영에 대해 직접 고개를 숙인 적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입장해 테이블에 앉았다. 기자들은 윤 대통령이 앉은 테이블을 둘러싸고 맞은편에 착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진행하겠다"며 자리에서 한 걸음 나와 선 채로 1초가량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 대담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대통령 부인이 박절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과나 유감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도 동시에 "정치 공세"를 거론하며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담화에서 "저와 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며 "고쳐야 할 부분들을 고쳐 나가겠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쇄신에 쇄신을 기하겠다"라고도 했다.
대국민 담화는 15분간 이어졌다. 분량은 약 3천400자로, 직전 8월 국정 브리핑(약 1만2천자)의 4분의 1 정도에 그쳤다. 지난 4월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약 1만5천자)와 비교해도 분량이 상당히 줄었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올린 키워드는 '국민'(25번)이었다.
직전 국정 브리핑에서 '개혁'(34번), '자유'(8번), '혁신'(7번), '성장'(7번) 등을 주로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국민에 대한 언급이 크게 늘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래'(8번), '개혁'(8번), '민생'(7번), '위기'(7번) 등도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보라색 넥타이 차림이었고, 말투는 차분했다.
대국민 담화 장소도 바뀌었다. 지난 8월 국정 브리핑 겸 기자회견 때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 책상에서 브리핑을 진행했지만, 이날은 기자들이 자리한 브리핑룸에서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취재진으로부터 자유롭게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125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한 것은 지난 8월 29일 기자회견 이후 70일 만으로, 담화를 제외한 문답만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총행사 시간은 140분으로 역대 회견 가운데 가장 길었다.
윤 대통령은 프롬프터 없이 즉석에서 질문에 답하며 "솔직하게 다 말씀드리는 것이다", "저도 설명을 좀 자세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명태균 씨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에도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명 씨에 대해 "대선 때 요만큼이라도 도움을 주려 노력한 사람에 대해 그렇게 매정하게 한 게 본인도 또 섭섭했겠다 싶어서 전화를 받아줬다고 참모진에게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명 씨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에도 "제 아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 그냥 물어봤다"며 "몇 차례 정도 문자를 했다고는 하는데, 이 자리에서 공개하기는 일상적인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입당 직후 연락이 쏟아질 때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휴대폰으로 대신 답변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미쳤냐, 지금 잠 안 자고 뭐 하는 거냐'고 하니까 (여사가) 이렇게 지지하는 사람들한테 '고맙다', '잘하겠다', '잘 챙기겠다' 답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회견 시간이 1시간 50분을 넘어가자 진행을 맡은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을 향해 "하나 정도만 하자. 목이 아프다"고 했다가 손을 든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응하기도 했다. 질의응답은 총 스물여섯 차례 이뤄졌다.
이번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 공개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에서 국정 쇄신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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