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위조에 해당…관련 사건으로 이미 형사 처벌받은 점 고려"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검찰수사관 명의 허위 보고서를 임의로 작성해 수사 기록에 포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직 검사가 2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성복 부장판사)는 7일 공문서위조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42) 전 부산지검 검사에게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정상을 참작해 형을 선고하지 않는 것으로 2년간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전 검사에 대해 2015년 12월 부산지검 재직 시절 민원인의 고소장이 분실되자 같은 민원인이 과거에 제출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해 수사 기록에 편철한 혐의(사문서위조)로 2022년 9월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 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에 '고소인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취지의 허위 내용을 입력해 출력한 뒤 수사 기록에 편철한 혐의(공문서위조)도 적용됐다.
1심 재판부는 공문서위조 혐의에 대해선 "당시에는 검사가 수사 진행 상황 등을 기록에 남기고자 할 경우 수사관 명의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사문서위조 혐의는 '고소장 사본'을 위조된 사문서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사문서 부분은 1심과 판단을 같이 했지만, 공문서 부분에 대해서는 1심 판단을 뒤집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효율적 업무 수행을 위해 문서작성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한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작성을 전제하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행위는) 문서 위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은 이 사건과 관련한 주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돼 형사 처벌을 받았다"며 "이후 2년 9개월이 지나 다시 기소돼 재판받게 된 것에 피고인의 귀책 사유로 볼 만한 사정이 없었던 점도 참작했다"고 선고유예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은) 당시 다수 고소·고발을 반복한 민원인으로 (사건이) 모두 각하되거나 취소됐다"며 "(위조된 수사보고서가) 정상적 절차를 거쳐 작성된 수사보고서와 내용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애초 윤 전 검사가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회장의 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뒤늦게 사정을 알게 된 고소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윤 전 검사는 2016년 6월 사표를 냈고 부산지검은 사직서를 수리해 의원면직했다.
이어 검찰은 윤 전 검사에 대해 다른 고소장 사본에다 표지를 새로 만들고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한 혐의로 기소했고, 이에 대해 2020년 3월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그러나 이후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 징계 조치 없이 윤 전 검사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사건을 무마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면서 공수처의 수사가 다시 진행됐다.
공수처는 이번 선고유예 판결과 관련해 "항소심 판결문 내용을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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