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공익 목적의 내부 고발이더라도 피고발인 동의 없이 다른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해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유죄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12단독 지현경 판사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씨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 B씨가 근무수당을 부정 수급했다며 B씨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 전화번호를 기재한 고발장을 한 경찰서에 제출했다.
A씨는 회사에서 특정 목적으로 발송한 공문에 나온 B씨 개인정보를 그대로 사용했다.
A씨는 정보 주체인 B씨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정보 주체로부터 동의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공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A씨 측은 재판에서 공익 목적으로 고발하면서 피고발인을 명확히 하려고 개인정보를 기재했을 뿐 법 위반 고의가 없었고 설사 위반이더라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소나 민사소송 제기에 사용될 수 있음을 전제로 공문을 제공받지 않은 데다 B씨 동의도 받지 않았다"며 "또 공익 목적 고발이더라도 개인정보 보호법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고발장에 피고발인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꼭 기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 경우 이름만 기재해도 수사기관이 피고발인을 충분히 특정할 수 있었다"며 "공익적 목적이라도 피고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이 적절하지 않아 보이며 다른 수단·방법이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며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기관 고소·고발장에 개인정보 기재 서식이 있고,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에 한해 당사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은 너무 엄격해 내부 고발을 위축시킨다는 법조계 지적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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