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 앞에 사과했다. 지난달 31일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지 8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명 씨와 관련한 논란과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최근 불거진 여러 논란과 의혹으로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지며서 국정 운영에 '비상'이 걸린 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통해 등 돌린 민심을 달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린다"면서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김 여사와 관련한 여러 논란과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선 "더 신중하게 매사에 처신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국민들한테 걱정을 끼쳐드린 건 무조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챙기고 또 살펴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걱정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사과했다. 대국민담화는 이전과 달리 약 15분 정도로 짧게 끝났다. 이어 윤 대통령은 2시간 동안 출입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주고받았다. 대통령실이 '무제한 질의응답'을 예고했었던 만큼,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윤 대통령과 명씨의 관계를 비롯해 김 여사에 대한 질문에 집중적으로 나왔다.
◇ 金여사 방패막이 된 尹대통령…"앞으로 이런 일 안 생기게 할 것"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외교 관례상, 국익활동상 반드시 해야 된다고 판단한 일을 제외하고 사실상 중단했다"며 "대외 활동은 국민들이 좋아하면 하고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공식 보좌할 제2부속실장을 이날 발령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외 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선 명확히 답했지만, 이 밖의 의혹과 논란에 대해선 사실상 김 여사의 '방패막이'가 됐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인사를 비롯한 국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선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먹고 원만하게 잘하게 바라는 그런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그건 국어사전을 정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여사가 '당선된 뒤 내조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명씨와 최재영 목사 등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인사들과 계속해서 접촉한 데 대해서는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며 "제 아내라고 변명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잘잘못을 엄정하게 가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릴 건 명확하게 가려야 하고 더 신중하게 매사에 처신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국민들한테 걱정 끼쳐드린 건 무조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들께 이런 걱정을 끼쳐드린 건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 안 생기도록 조심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본인의 입장을 묻는 말에 대해서도 "의도적 악마화나 가짜뉴스에 대한 억울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보다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속상해하시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다"며 "저에게도 '괜히 임기 반환점에 그동안의 국정성과 이런 얘기만 하지 말고 사과를 좀 하라'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야권이 '김 여사 특검법'을 세 번째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특검을 하니 마니를 국회가 결정하고, 사실상의 특검을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면서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이는 다시 한 번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2년 넘도록 수백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해서 김건희를 기소할 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정말 어마무시하게 많은 사람들을 조사했는데 기소를 못했지 않느냐"며 "사법작용이 아니라 정치선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 명태균 의혹에 일일이 반박…"부적절한 일·감출 것 없어"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지만, 명씨와 통화 녹취를 통해 제기된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다"면서 조목조목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명씨와 소통을 끊은 시점에 대해 "경선 뒷부분에 가서 그럴만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연락하지 마라'고 한 적이 있고, 당선된 이후에 축하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거짓 해명'이 불거진 데 대해선 "대변인 입장에서는 이렇고 저렇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우니까 경선 이후에는 사실상 연락을 안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명씨가) 좋은 일로 전화를 했는데 '고맙다' 이야기는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당의 공천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고, 누구를 공천 주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면서 김 전 의원이 공천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윤상현 의원이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을 가지고 제가 왈가왈부할 수도 없다"면서 "(당선인 시기) 인수위원회에서 진행되는 것을 꾸준히 보고받아야 돼서 저는 그야말로 고3 입시생 이상으로 바빴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명씨가 윤 대통령(당시 예비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늘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조작할 이유도 없고, 잘 안 나오더라도 그걸 조작한다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그런 짓을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창원 제2국가산단 관련 정보가 명씨에게 미리 유출됐다는 데 대해서도 "모략"이라고 규정하며 의혹을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사과드리는 것은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고 대통령과 부인의 소통 프로토콜이 제대로 안 지켜졌기 때문이지, '명씨에게 (산단 정보를) 알려줘서 죄송합니다' 그런 사과를 기대하신 거면 그건 사실과 다른 일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도 없고 모략"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쇄신' 약속한 尹…"적재적소 적임자 찾아 일 맡기는 문제 늘 고민"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서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쇄신에 쇄신을 기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한 대통령실·내각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제가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늘 기조를 갖고 일관되게 가야되는 부분도 있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적재적소의 적임자를 찾아서 일을 맡기는 문제는 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시점을 묻는 말에는 "내년도 국회 예산이 마무리되고 나면 신속하게 예산 집행을 해줘야 국민의 민생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점, 또 미국 대선 때문에 1월 중 (미국) 정부가 출범하겠지만 여기 대한 대응 등이 있어서 시기는 좀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국민을 위해 가장 잘 일할 수 있는 가장 유능한 정부, 가장 유능하고 발 빠른 당이 되기 위해 일을 열심히 같이 하다 보면 관계가 좋아지지 않겠는가"라며 "(당정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위해 '선공후사'하겠다고 밝히면서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같이 하면서 공통의 과업을 찾아나가야 한다"며 "국정감사도 끝났고, 저도 순방 다녀오면 좀 더 빠른 속도로 당과의 편한 소통 자리도 많이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이어 내년도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난장판인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회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불참의 탓을 야당에 돌렸다.
윤 대통령은 "저는 국회를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내년에는 꼭 가고 싶다"면서 야권이 탄핵 압박과 각종 특검법 지속 추진 등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하면서 국회에 오라는 건 국민들 보는 앞에서 대통령 무릎 꿇고 망신 좀 당해라 (하는 것)"이라며 "이건 정치를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자는 게 아니다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진 데 대해서는 "변화와 쇄신과 더 유능한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전체적으로 국민들이 속상해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 지지율이 폭락한 데 대해선 "사실은 'TK 지역의 절대적인 지지가 저를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며 "'얼마나 (저를) 아꼈으면 또 얼마나 실망이 크시겠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가 47대 대통령에 당선이 6일 확정됐다. 사진=연합뉴스◇ "美 차기 행정부와 케미 잘 맞을 것…손실 최소화할 것"
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따른 미국 차기 행정부에 대해서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를 지낸 분들, 지금 공화당 상하원에 영향력 있는 의원들과 제가 관계를 잘 맺고 있다"면서 "그 분들이 다리를 잘 놔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잘 묶어주겠다는 얘기를 오래전부터 했다"고 밝혔다.
또한 "많은 미국 여야 양당 상원의원하고도 관계를 맺었는데 그 분들은 한참 전부터 '윤 대통령과 트럼프가 케미가 맞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내가 검사 출신인데 정치를 처음 해서 대통령이 된 점을 얘기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을 비롯해 경제적 불확실성 증대에 대해선 "한미가 강력한 글로벌 포괄 동맹을 맺고 있고, 외교 관계로는 최상위 수준인 전략동맹"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때와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피해와 경제 손실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지원 문제와 관련해선 "어려울 때 국제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우리도 외국의 불법 침략을 받은 나라를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무기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지적하고 "(북한군이)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을 쌓으면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저희가 종전과 같은 인도주의, 평화주의 관점에서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지원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평양 상공에 침투한 무인기가 우리 군의 소행이라는 북한의 조사 결과를 우리 정부가 묵살한 데 대해선 "적반하장식 억지 주장에 대해 우리가 일일이 대응할 가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이미 드론 공격을 10번이나 국경을 침범해서 했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도 얘기를 나눴지만 7000개가 넘는 오물 쓰레기 풍선에 GPS 교란을 한다"고 밝혔다.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가 웨스팅하우스와 EDF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체코 원전 발주처(CEZ)와 한수원 간 최종 계약 협상을 일시 보류했다. 사진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체코 원전 의혹엔 "무식한 이야기"…동해 시추 계획엔 "미래 세대 도움"
윤 대통령은 체코 원전을 헐값에 수주하고, 부당한 금융지원을 약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서도 "원전 2기를 24조 원에 수주한 것을 헐값이라고 한다면 너무 무식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고정된 금액도 아니다"라며 "이 정도의 예산안을 잡아놓고, 우선협상대상자이기 때문에 가격과 조건 등 모든 것은 내년 3월까지 가봐야 안다"고 밝혔다. 이어 "과도한 금융지원도, 얼마 하기로 약속한 것도 없다"며 "본 계약은 잘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웨스틴하우스가 지식재산권을 앞세운 것들이 발목을 잡지 않느냐라고 하지만, 웨스팅하우스와 우리 한전, 한수원, 그리고 원전은 수출을 하려고 해도 기술 보유국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정부와 우리 정부 간에 합의도 잘 진행되고 MOU도 가서명됐다"며 "한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이사회에서 서명을 하게 되면 정부의 가서명은 가는 거고, 체코는 우리 걸 원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히려 체코가 미국에 한국 걸 제대로 받아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얘기하는 상황"이라며 "잘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9월에 체코에 가서 대통령, 총리, 장관들을 만났는데 한국의 원전기술이 들어와서 기술이전도 받고 싶어한다"며 "우리한테 자체 원전을 만들어서 수출할 수 있는 기술이전을 받고자 하고, 한국은 납기를 정확히 지키기 때문에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2월 중 시추작업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해 '대왕고래' 심해 가스전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가장 확률이 높은 데에 시추공을 뚫기 시작하는데, 기대하고 있다"며 "하나 뚫는데 예산이 1000억 원 정도 든다는데, 되기만 하면 수천조가 나오는 것으로, 이 수역에서는 굉장히 가능성이 높으니 다함께 기대를 해보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첫 번째에 나온다는 건 보장하기 어렵지만, 이게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잘만 활용하면 미래세대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