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한미그룹의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경영권을 절대 뺏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늦어도 오는 2026년 3월 경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고, 오는 2028년까지 그룹 이익을 1조원대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한미사이언스는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그룹 중기 전략 달성을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에 5680억원, 연구개발(R&D) 2000억원 등 최대 8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실현할 키워드론 ‘비유기적 성장’과 ‘다각화’를 언급했다. ▲M&A 코프로모션을 통한 TA 확대 ▲글로벌 혁신 신약 R&D 역량 개선 ▲헬스케어 밸류체인 사업 다각화(한미사이언스) ▲원료 CMO·CDMO(정밀화학) ▲상품구색 다양화 및 물류 역량 강화(온라인팜) ▲유럽 및 북미 등 신규 시장 개척(JVM) 등을 전략으로 삼았다.
구체적으로는 한미 기존 제품 채널이 없었던 만큼 M&A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북경한미의 영업망을 활용해 신약 판매를 증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20~30개 혁신 바이오테크 기업들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외부 유망한 혁신기술과 물질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이 같은 전략을 통해 2028년까지 매출 2조3267억원, 영업이익률은 13.75%, 그룹 전체 이익은 1조원대로 키운다는 포부다. 다만, 8000억원 상당의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반기 기준 한미사이언스 현금성 자산은 24억원에 불과하다.
김영호 한미사이언스 경영지원 상무는 “투자에 관해 논의되고 있는 곳은 당연히 있고, 여러 가지 조건으로 협상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100% 투자가 된다고 말씀드리는 어렵기 때문에 속 시원하게 투자 사정을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그룹은 창업주 일가의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대표 형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당초 형제 측에 섰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와 손잡으며 대주주 ‘3자 연합’을 구축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구조는 현재 ▲임종훈 대표 측 지분이 25.6% ▲송영숙 회장 등 3자 연합 측 지분이 33.78% ▲친인척으로 분류되는 지분이 3.10% ▲가현문화재단 및 임성기재단이 8.09% ▲국민연금이 5.89%를 보유하고 있다.
전날 한미사이언스가 공시를 통해 투자 예산을 8000억원으로 책정했다는 공시가 나가자, 3자 연합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임 대표의 전략보고서 내용을 ‘안타깝다’며 비판했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계열사 대표와 몇 차례 인터뷰만 진행됐을 뿐인 ‘밀실보고서’라는 지적이다.
3자 연합은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인물은 한미사이언스에 입사한 지 6개월도 채 안 된 계약직 임원으로, 그룹 철학과 비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인사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욱 커져간다”며 “무엇보다 공시에 기입돼 있는 8150억원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 대표가 지난 5월 단독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한미사이언스 실적은 급락하고 있다”며 “임 대표는 선대 회장이신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비전을 다시 한번 떠올려 주길 바라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분쟁을 일으키는 지금의 행보를 즉시 멈추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미사이언스 측은 해당 보고서가 지난 9월27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이미 전달한 내용이며, 송영숙 회장이 ‘좋은 이야기다’라는 평가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또 대주주라고 해도 회사 경영 방향을 알리는 내부 정보를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다는 점도 전했다.
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한국 제약산업과 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도 제3자의 경영 개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편을 갈라 앞잡이 역할을 하고 사익을 취하는 무리는 회사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달 19일 한미약품 임시주총회에서 이사진 개편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이 구축될 것”이라며 “내년과 내후년 인적 교체는 본인을 중심으로 인한 이사 선임으로 완전한 경영권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