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현역 은퇴를 선언한 추신수(42)가 감독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추신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며 당장의 감독 부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추신수. ⓒSSG랜더스추신수는 7일 인천 연수구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추신수는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꼽힌다. 그는 2001년 고교 졸업 후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눈물젖은 빵’을 먹으며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딘 추신수는 2005년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그러나 당대 최고 슈퍼스타 스즈키 이치로와 포지션이 겹친 탓에 큰 기회를 받지 못했고 2007시즌 중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 트레이드된다.
이때부터 추신수의 메이저리그 생활이 꽃피기 시작했다. 추신수는 2009년부터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대표 호타준족으로 자리매김한다. 2013시즌에는 출루율 0.423으로 이 부문 내셔널리그 전체 2위, 메이저리그 전체 4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추신수는 2014시즌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달러 초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추신수의 텍사스 시절 활약은 이전만 못했다. 추신수는 2021시즌 SSG와 계약을 맺고 KBO리그에 상륙했다. 4년간 팀의 리더로서 선수들을 이끌었고 2022시즌에는 그토록 원하던 우승도 맛봤다. 그리고 올해, 길었던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추신수는 “예전 박찬호 선배의 은퇴 기자회견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나도 과연 저런 자리가 있을까’ 이런 물음표가 있었다. 그런데 SSG에서 크게 신경 써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서 선수로서의 미련이 없어졌다. 선수로서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 경기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한데 부상으로 1년 동안 힘들다 보니 경기장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물론 부상 전에 은퇴를 결심했지만 다른 선수에게 기회도 주고 싶고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후 취재진과의 기자회견에서 추신수는 제2의 인생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추신수는 “지금은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여러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어떤 자리에 가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를 위한 충분히 준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을 한다는 것이 이르다고 생각한다. 조금의 휴식기를 갖고 천천히 생각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감독에 대해서는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한 뒤 “많은 짐을 가진 자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부분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쉽게 만들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그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런 제안이 와도 하지 않을 것 같다. 무언가를 할 때는 준비, 열정이 있을 때다. 지금은 일단 쉬면서 정말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할 것이다. 평생 야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이 있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야구에 집중할 수 있고 선진야구를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려고 한다. 하지만 감독은 말 만하면 되는 게 아니다”라며 당장의 감독 부임설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추신수는 끝으로 팬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미국에 있을 때 시차가 있음에도 제 경기를 보면서 아침을 시작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너무 감사하다. 은퇴 사인회를 하면서 마음에 와닿았던 말이 있다. ‘멀리 있어 못 볼 줄 알았는데 한국에 와 가까이 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해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많은 분께 응원, 질타를 받았지만 질타 또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한국 프로야구를 위해 어떤 것이 도움 될 수 있는지를 잘 생각해 보겠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다음 생에도 야구하겠다”며 야구선수로서의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