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개인 넘어 사회를 움직이는 에너지…'질투라는 감옥'

연합뉴스 2024-11-07 15:00:21

공익이란 통념에 던지는 질문…'불온한 공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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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투라는 감옥 = 야마모토 게이 지음. 최주연 옮김.

질투심이 개인의 행동과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질투가 개인 차원을 넘어 역사의 변화와 사회제도의 형성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함께 살펴본다.

질투는 일단 개인 사이에서 벌어진다. 연인이나 부부간 질투가 고전 소설의 단골 소재가 된 것은 물론이고 현대 사회에서는 '휴가 질투'라는 현상도 나타난다. 과로에 지친 개인은 풍광이 멋진 여행지에서 칵테일을 들고 있는 친구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고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간파했는지 스위스 동부에 있는 베르귄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건 타인을 불행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여기에 올 수 없으니까요"라는 간판을 설치했다고 한다. 실제로 사진 촬영 시 벌금 5프랑을 부과하는 법안이 베르귄 시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 베르귄(Bergun)을 검색하면 이를 비웃듯 사진이 쏟아진다.

놀랍게도 질투심은 사회 제도를 뒷받침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책은 누진세와 상속세가 공평한 부의 재분배라는 개념에 근거하고 있으나 따지고 보면 사람들의 질투심에서 정당성을 얻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

책은 질투심의 양면성에 두루 주목한다. 질투가 사람들 사이의 적대심을 조장하고 사회적으로 심각한 분단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질투심은 부정이나 불평등을 고발하는 등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에너지로 발산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북모먼트.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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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온한 공익 = 류하경 지음.

변호사로서 소수자를 위한 법률 대리인 경험을 쌓은 저자가 국내에서 벌어진 여러 분쟁 사례를 통해 공익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졸업생들이 재학 중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고발하면서 이어진 이른바 '스쿨미투' 사건 후속 조치에 관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한 연세대 청소 노동자를 상대로 학생들이 소음 때문에 수업을 방해받았다며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낸 사건 등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법적 다툼을 소개한다.

책은 '공익'이라는 개념이 따지고 보면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사익인 경우가 많다고 풀이한다. 문제는 어떤 이들이 추구하는 사익은 별다른 의문 없이 공익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이들이 권리나 이익을 주장하면 사익 추구, 혹은 떼쓰기로 매도당하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흔히 통용되는 공익이란 개념이 사회적 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위험하지 않다고 보고 허용하는 범위로 한정되기 쉽다는 것이다.

저자는 힘없는 이들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거칠고 투박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학습된 결과이며, 권력이 있는 자는 굳이 악다구니를 부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배움이 짧고 재산이 적으며 착취당하기 쉬운 일에 종사하거나, 일의 세계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목소리가 크고 화를 내는 경우가 잦다. 그 반대의 사람들은 참 '젠틀'하고 차분하고 배려심이 넘친다. 전자의 사람들은 언성을 높이지 않으면, 화를 내지 않으면 자기의 권리를 억울하게 뺏기는 일을 살면서 계속 겪어왔다. 반면 후자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한겨레출판. 316쪽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