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주식 매각하는 김범석, 창업 14년만에 5천억대 '돈방석'

연합뉴스 2024-11-07 12:00:37

비전펀드 손정의 이어 주요 주주 두 번째 대규모 주식 매각

납세·차익실현 다목적 분석…최대주주 지위는 유지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쿠팡을 창업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대규모 주식 매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또 하나의 창업 성공 신화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 의장이 쿠팡 주식 매각 계획을 알린 것은 지난 2010년 창업 14년 만이자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3년 만이다.

열여섯살이던 1994년 당시 현대건설 직원이던 부친이 미국 주재원으로 발령 나면서 함께 미국으로 간 김 의장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3년 뒤인 2010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쿠팡을 설립했다.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 소셜커머스 시장이 막 성장하던 시기다.

'쿠폰이 팡팡 터진다'는 사명처럼 처음에는 할인된 가격의 다양한 쿠폰을 대량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하다가 일반 상품까지 팔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경영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쿠팡이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수하고 고속 성장한 배경에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하는 비전펀드의 든든한 자본력이 큰 버팀목이 됐다.

비전펀드가 지금까지 쿠팡에 쏟아부은 투자금은 34억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4조7천637억원)에 달한다. 쿠팡은 이 자금으로 국내에 통합물류센터를 짓는 등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쿠팡이 지난 10년간 집행한 투자액만 6조2천억원이다. 이를 통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

이렇게 몸집을 불린 쿠팡은 2021년 3월 미국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고 김 의장 본인은 손꼽히는 자산가의 반열에 올랐다.

김 의장은 클래스A 보통주의 29배에 달하는 막강한 차등의결권을 가진 클래스B 주식 1억7480만2990주를 보유했다.

김 의장의 자산은 상장 이후 한때 89억달러(약 12조4천760억원)에 이르렀다가 주가가 내려가면서 현재는 30억달러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추산한 김 의장의 보유 자산은 32억달러(약 4조4천889억원)로 한국 자산가 순위 11위권이다.

김 의장은 창업 이래 줄곧 쿠팡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키면서 눈에 띄는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은 국내에서 사업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사상 첫 연간 흑자를 거뒀다.

올해 2∼3분기에는 연달아 분기 매출 10조원대를 기록해 이런 추세라면 국내 유통업계에서 단일 기업으로는 첫 40조원대 매출 달성이 유력시된다.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인 활성 고객 수는 올해 3분기 기준 2천20만명으로 국내 이커머스 이용자(3천400만명)의 59.4%에 달한다.

분기 최대 매출 거둔 쿠팡

쿠팡 측은 "김 의장의 지분 매각은 납세 의무를 포함한 상당한 재정적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도 지난 7월 세금 납부 등을 위해 보유 주식 4만주를 주당 23달러에 매각한 바 있다. 매각 대금은 92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억9천만원대다.

그러나 전체 지분 매각 규모에 비춰보면 김 의장은 세금을 제외하고 수천억원 규모의 상장 차익을 실현하게 됐다.

김 의장이 이번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주식 수는 최대 1천500만주다. 이와 별도로 200만주는 자선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합하면 1천700만주로 전체 주식의 9.7%에 이른다.

최고경영자가 10%에 가까운 지분을 한꺼번에 처분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당장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비전펀드도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6개월 뒤인 지난 2021년 9월 쿠팡 주식 5천700만주를 주당 29.685달러에 매각해 16억9천만달러(약 2조3천638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대규모 주식 매각에도 김 의장의 쿠팡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의 현재 쿠팡 지분율은 9.77%로 추정된다. 하지만 의결권을 기준으로 하면 75.8%에 달한다. 이번 매각과 기부 이후에도 단순 지분율은 8.8%,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73.7%로 각각 소폭 낮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