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최근 전세계적인 친환경차 흐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왔다. 또 자국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수입차 관세 인상 카드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관세 인상이다. 트럼프는 수입차가 늘어날 수록 자국 자동차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 자동차 산업은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만큼 지지층 확보를 위해 자동차 수입에 적대적인 모습을 지난 집권 당시 수차례 보여줬다.
무역수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다. 과거 집권 당시 트럼프는 한미 FTA 자동차 부문 개정을 진행한 바 있다.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입 물량과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물량 간 차이가 너무 크다며 ‘무역 불공정’을 언급, 미국 내 안전기준을 충족한 자동차의 한국 수출 대수를 확대하는 등 이득을 취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박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따라 자동차 산업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이) 타국 자동차에 10% 가량 보편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국내 자동차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지하거나 친환경 부문에 대한 지원 축소도 거론된다. 트럼프는 이미 선거 과정에서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종료하겠다"며 전기차 지원 축소 계획도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에선 자국서 생산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1050만원)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를 자국서 생산하는 기업에 첨단제조생산 세액 공제(AMPC)를 지원한다. 올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영업이익 4483억원을 기록했는데, 영업이익에 반영된 AMPC 금액이 4660억원이었다. 영업손실을 미 정부의 지원금으로 보전한 셈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등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만큼 수입차 관세가 올라도 현지생산 확대로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양산을 앞두고 있는 조지아주 HMGMA가 76억달러(10조2000억 원)을 투자해 지은 전기차 전용 공장이라는 점이 뼈아프다. 트럼프 집권으로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전기차 리스크’는 하이브리드카로 극복할 방침이다. 최근 미국서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카 인기가 높다. 각사 북미법인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현대차·기아가 미국서 판매한 하이브리드는 2만1679대로 전년 동월 대비 64.9% 급증했다. 기름값에 관대한 미국 소비자들이지만 최근 고유가 기조에 친환경 트렌드 영향으로 하이브리드 인기가 높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트럼프가 '세계의 경찰'을 포기한다고 선언할 정도로 자국우선주의 및 보호무역주의 선두주자로 움직이다보니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자동차 산업계에서 더욱 우려되는 바가 크다”며 “리스크가 크게 보이지만 냉정하게 판단하고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도 늘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