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성상세포, 기억 형성·저장 조절…PTSD 등 연구 새 관점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기억이 학습 사건에 반응하고 기억 회상을 제어하는 뇌 신경세포(neuron)의 활동으로 설명돼온 것과 달리 별 모양의 비뉴런 세포인 성상세포(astrocyte)도 기억의 저장과 검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베일러의대 벤저민 데닌 교수팀은 7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생쥐를 특정 상황에 노출해 공포 기억을 형성시키면서 뉴런과 성상세포 간 상호작용과 성상세포 내 유전자 발현 등을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기억이 형성되고 회상될 때 뇌에서 어떤 물리적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포 수준에서는 엔그램(engram)이라는 뉴런 집합체가 학습 사건에 의해 활성화되면서 기억 형성과 회상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닌 교수는 "성상세포와 성상세포-뉴런 간 상호작용을 오래 연구해 왔고 이들 세포가 물리적, 기능적으로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하지만 성상세포가 기억의 저장과 검색에서 하는 역할은 조사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뇌 기억 회로와 관련된 성상세포 활동을 식별하고 연구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 도구를 개발하고, 생쥐를 특정 상황에 노출해 공포 기억을 형성시키면서 성상세포와 뉴런의 상호작용과 성상세포 내 유전자 발현 등을 조사했다.
생쥐는 바닥에 전기가 흐르는 것과 같은 특정 상황에서 공포를 느껴 '얼어붙게' 되고 이는 공포 기억으로 저장되며,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같은 상황에 놓이면 바닥에 전기가 흐르지 않아도 얼어붙는다.
연구팀이 이런 공포 조건화 학습이 이뤄지는 동안 성상세포를 조사한 결과 일부 성상세포에서 'c-Fos'라는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c-Fos 유전자가 발현된 성상세포는 해당 뇌 영역의 회로 기능을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c-Fos가 발현되는 성상세포 집합체는 엔그램 뉴런과 물리적으로 가깝고 기능적으로도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성상세포 집합체가 활성화되면 해당 뉴런 엔그램의 시냅스 활동이나 통신이 자극된다고 설명했다.
또 실험 결과 생쥐는 공포와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는 얼어붙지 않지만, 성상세포 집합체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얼어붙는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권욱봉 박사는 "이는 성상세포 활성화가 공포 기억 회상을 자극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생쥐들과 새로운 실험 도구를 사용해 성상세포가 기억 회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학습 사건에 의해 활성화된 성상세포는 'NFIA' 단백질 수치가 높고, 이런 성상세포에서 NFIA 생성을 막으면 기억 회상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NFIA가 기억회로 조절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 박사는 "학습 사건 당시 활성화된 성상세포에서 NFIA 유전자를 제거하자 생쥐는 학습 사건과 관련된 특정 기억을 회상하지 못했지만 다른 기억은 회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덴닌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기억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고 기억 이론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환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처럼 기억이 반복되고 억제하기 어려운 질환을 연구하는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Wookbong Kwon et al., 'Learning-Associated Astrocyte Ensembles Regulate Memory Recall', http://dx.doi.org/10.1038/s41586-024-08170-w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