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햄스트링 극복’ 김정현 “부상 피하려 운전 30분 이하로만”[안양 승격인터뷰③]

스포츠한국 2024-11-07 09:00:00

[안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지난 2일 오후 2시, 전운이 감도는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 FC안양은 이곳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2부리그) 2024 38라운드 부천FC와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두고 K리그2 우승을 거머쥐었다. K리그2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자동 승격 자격에 따라 2013년 창단 후 11번째 시즌 만에 처음으로 K리그1(1부리그) 승격을 이뤘다.

이 순간을 위해 누구보다도 간절히 뛰고 고통을 이겨낸 안양의 미드필더도 마침내 승격 속에서 안식을 찾았다. 인터뷰를 할수록 팀의 승격을 위해 올해 자신의 일상까지 바친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포츠한국은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안양의 창단 첫 K리그1 승격을 이끈 미드필더 김정현을 만났다.

FC안양의 창단 첫 K리그1 승격을 이끈 미드필더 김정현.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FC안양의 창단 첫 K리그1 승격을 이끈 미드필더 김정현.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햄스트링 부상 막으려 운전도 30분 이하로”... 독한 '승격 영웅'의 등장

올 시즌 리그 32경기에 출전해 안양의 수비라인을 지키고 상대의 공격을 쓸어내며 ‘안양 우승의 엔진’이 된 김정현. 하지만 시즌 시작 전을 돌아보면 이 모습을 못 볼 가능성도 있었다. 안양 구단 유튜브 콘텐츠 '안녕, 겨울'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팬들에 작별인사까지 남겼지만, 안양과 극적인 재계약을 한 덕에 정장을 입고 계약서 사인을 하러 구단을 다시 찾은 김정현을 만날 수 있다.

“서른을 넘기면서 ‘지금 아니면 K리그1에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서 도전을 선택했다. 하지만 결국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고, K리그2에 남는 상황에서 안양 외의 다른 팀으로 가는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유병훈 감독님과 첫 미팅 때만 해도 기대가 아주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계 훈련지에서 연습 경기를 했을 때 기대감이 많이 차오르더라.”

김정현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감독의 요구를 기가 막히게 수행하는 미드필더다. 그렇기에 유병훈 감독도 그를 믿고 시즌 내내 꾸준히 선발로 기용했던 것. 그런 김정현이 시즌 중 유 감독의 호출을 받고 감독실을 찾은 일이 있었다.

“이겼다면 우승을 더 빨리 확정할 수 있었던 37라운드 전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허용해 비기고서 동료들에게 감정을 표출한 적이 있다. 승격이 워낙 간절했기에 경기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그 경기 이후 감독님이 부르셔서 ‘열정은 훌륭하지만 행동은 고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처음에는 동료들의 간절함이 부족하다고 느껴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했을 생각을 할수록 고맙고 미안해지더라. 승격을 확정한 부천전에서는 ‘팀원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돕자’는 마음으로 뛰었고, 덕분에 좋은 결과를 이룬 듯하다.”

워낙 안양을 사랑하기에 승부욕도 넘치는 김정현은 팀의 승격을 위해 시즌 내내 대단한 절제력을 발휘하며 일상을 살아갔다.

“지난 시즌에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몸을 아끼지 않고 뛰다보니, 무리한 탓인지 햄스트링 부상이 찾아오더라. 못해도 2~3주를 빠져야 하는 부상이기에 올 시즌에는 이를 최대한 방지하려 운전도 30분 이상 하지 않았다. 2024년에 안양 밖으로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이해해준 여자친구에게 정말 고맙다. 여기에 피지컬 코치님과 트레이너 분들이 워낙 관리를 잘해주셔서, 지난해보다 나이는 한 살 많아졌지만 퍼포먼스는 더 좋아졌다.”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연맹

▶안면마비 이겨내고 승격 이룬 힘,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안양 팬들”

성남과의 개막전에서 상쾌한 2-0 승리를 거두며 2024시즌을 시작한 안양은 무려 6경기 5승1무를 달리며 1위에 등극했고, 8라운드 수원전 패배로 잠시 내준 선두를 10라운드 충남 아산과 1-1 무승부로 다시 되찾은 이후로 우승 확정까지 단 한 번도 꼭대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5월4일 1위 탈환 이후로 약 6개월 동안 선두를 방어하고 우승까지 해낸 것.

물론 안양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위 서울 이랜드와 승점 9점 차에서 32라운드 맞대결을 치러 격차를 더욱 벌리려고 했지만 패했고, 3위 충남 아산, 올 시즌 전패를 당한 수원에게도 경기를 내주며 시즌 첫 3연패를 당했다. 순위 싸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즌 후반부에 가장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인 것. 주장이자 중앙 수비의 핵인 이창용, 중원에서 엄청난 활동량으로 수비에 보탬이 되던 김정현 등 후방 주축 멤버들이 빠진 것이 뼈아팠다.

특히 김정현은 스트레스로 인한 안면 마비를 겪으며 수원과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 결장해야했다.

“충남 아산에게 지고 나서 스트레스가 심했고, 안면 마비가 찾아왔다. 경기가 안 풀리면 선후배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해왔는데 너무 욕심을 부렸나 싶더라. 결국 내가 좀 더 잘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쉬움이 커져 잠도 안왔다.”

결국 김정현의 아쉬움과 간절함은 선수들을 변함없이 지지해주는 안양 팬들에게 승격을 안겨주고 싶어 증폭됐던 것이다. 그는 지난해 스포츠한국과 진행했던 전화인터뷰에서 “안양 팬들은 부산, 창원 등 먼 원정길에도 많이 와서 홈경기장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응원을 전해준다. 경기를 뛸 때 팬들을 보면 전율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안양 팬들은 2부리그에 있으면 안 되는 팬들이다. 응원 스케일에서 서울, 전북, 수원 팬들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이 사람들이 1부리그에서 응원을 펼칠 수 있도록 반드시 승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불과 1년 만에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안양 팬들은 이기든 지든, 성적이 좋든 나쁘든 선수들을 욕하지 않는다. 1부리그에 있어야 하는 팬들이다. 고향 팀을 한번 잃은 아픔과 지금의 팀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한없이 느낄 수 있다. 팬들도 나도 이제 잃을 게 없다. 1부리그에서도 도전자 정신으로 두려움 없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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