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와 3‧1운동 정신에 감동한 네델란드 작곡가가 만났다.
‘제네바 음악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에 빛나는 퍼커셔니스트 박혜지가 17일(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타악기 독주를 위한 교향곡인 ‘마르시아스’를 선보인다.
박혜지는 2019년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무려 10년 만에 개최된 타악기 부문 한국인 최초 우승자이며 콩쿠르 역사상 최초로 모든 특별상을 석권했다.
박혜지가 연주하는 ‘타악기 독주를 위한 교향곡’이란 장르는 실연으로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분야다. 교향곡은 여러 명의 단원과 지휘자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반면, 이번 무대에선 오직 퍼커셔니스트 박혜지 혼자 90분간 무대를 이끌어간다.
‘마르시아스’는 아폴론 신과 음악 대결을 펼치다가 억울하게 패한 후 잔인하게 고문당하고 그 벌로 살 가죽이 벗겨져 최초의 북이 됐다는 그리스 신화다. 네델란드의 작곡가 코어드 마이어링은 1919년 3‧1독립선언문과 만세운동을 펼친 것이 마르시아스 신화와 닮았다고 생각해 이 작품을 작곡했다.
총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마르시아스’는 악장마다 예술, 도전, 살 껍질을 벗기우다 그리고 카타르시스란 제목을 갖고 있다. ‘3.1운동을 노래하다’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3악장에선 퍼커셔니스트 박혜지가 많은 타악기를 연주하며 독립선언문 전문을 노래한다.
박혜지는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던 독립선언문을 이 작품을 연습하며 매일 읽고, 노래하고 있다”며 “당시 우리 민족 대표들이 평화를 되찾기 위해 단호하면서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독립선언문을 작성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깊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혜지는 “마지막에 제가 외칠 33인의 조선 민족 대표의 이름들을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서울대에 이어 독일 슈트트가르트 국립음대 석사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친 박혜지는 현재 서울대, 경북대, 영남대, 그리고 경북예술고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