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북한 매체서 美대선결과 보도 없어…트럼프 1기 때는 간접보도로 전해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북한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소식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반응할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친분을 고려해 직접 축하 메시지를 건넬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은 7일 오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의 당선은 한국 시간으로 6일 오후 7시를 넘겨 확정됐다.
북한은 통상 미 대선 결과를 신속하게 주민에게 알리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던 두 차례의 선거(2008년·2012년) 결과를 별도의 논평없이 대선 나흘 뒤 노동신문에 전한 게 그나마 신속한 보도였다.
북한은 트럼프가 처음 당선됐던 2016년 11월 8일 대선 결과는 열흘 이상 지난 19일에야 대남 비난 기사에 끼워 넣어 간접 보도됐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낸 것을 비난하는 노동신문 내 개인 필명 논평을 통해서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때는 약 두 달 넘게 침묵하다가 그가 공식 취임한 이후인 이듬해 1월 23일에야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처음 보도됐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대선 결과가 연방의회에서 확정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와 관련한 북한 당국의 언급은 그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난 3월 18일에야 나왔다.
당시 북한은 미국이 비공개 접촉을 시도했다며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북한은 미 대선 결과도 다른 해외 소식과 마찬가지로 내부에 알리는 데 인색하지만, 당선인이 트럼프라는 점이 변수다.
과거 오바마 당선 때처럼 결과만 건조하게 보도할 가능성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고려해 다른 방식으로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 등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건넬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자주 비공개 친서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북한이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주민들에게 심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7월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데 대해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양당 간의 엎치락뒤치락으로 난잡스러운 정치풍토는 어디 갈 데 없으며, 따라서 우리는 그에 개의치 않는다"로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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