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45대 대통령을 역임하며 펼친 정책을 통해 47대 대통령으로서 그가 펼칠 에너지정책은 예측 가능한 수준이다.
7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 새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정책은 △기후변화를 거대한 사기극으로 규정 △석유·셰일가스 개발 적극 지지 △중국 견제 차원에서 웨스팅하우스로 대표되는 원전사업 옹호 △미국판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으로 요약된다.
트럼프가 기후변화를 거대한 사기극으로 간주하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전임 대통령이 약속한 녹색기후기금 공약을 파기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은 녹색기후기금(GCF)에 30억 달러를 납입하기로 약속하며 1차로 10억 달러를 지원했다. 그런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파기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2023년 4월 2차 지원금으로 10억 달러를 GCF에 납입해 GCF에 납입할 기금이 10억 달러로 줄었다.
이번 트럼프 당선으로 GCF는 약속받은 나머지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없어 보이다. 전례에 비춰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공약을 파기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 내 석유·셰일가스 개발을 다시 장려할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푸틴과의 우호관계를 활용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엑손모빌 등 석유메이저의 석유가스전 개발을 적극 지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산 석유나 셰일가스가 한국 시장에 상륙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 천연가스를 주로 카타르에서 수입하고 최근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입선을 넓힌 바 있다.
지리적으로 한국은 미국과 원거리에 있어 미국 셰일가스보다 중동지역의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가 값싸다.
실제로 2018년 경 중동산 천연가스 가격이 MMbtu당 8달러일 때 미국산 셰일가스는 12달러 이상이어서 국내 도입이 좌초된 바 있다.
대신 한국은 미국의 석유·셰일가스 수출에 힘입어 LNG선이나 유조선 수주고를 늘어날 수 있다.
또한 한국석유공사나 한국가스공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친화석연료 정책에 힘입어 미국 연안이나 내륙의 석유 시추나 셰일가스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할 가능성도 크다.
원전산업에 대해서는 트럼프도 해리슨 후보와 마찬가지로 우호적이어서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성향이 친원전이어서가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명분이 크다.
실제로 2017년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글로벌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이나 다른 외국 인수 후보를 찾은 바 있다.
중국이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해 군사용이나 민간용으로 쓰일 수 있는 원전 기밀을 확보하는 걸 경계해서다.
따라서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에도 웨스팅하우스를 필두로 미국 원전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중국 견제론은 미국판 탄소국경조정제도 탄생 가능성도 예고하고 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선 탄소국경조정제도 관련 법안이 5개 이상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예고하고 있는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철강 분야에서 중국 견제책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원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산업부문의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유럽연합(EU)이 2026년 철강부문부터 도입할 제도다.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종류의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배경 철학은 다르다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점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무탄소 운동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라 RE100과 같은 민간 기업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에 좌지우지되지는 않는다. 다만 무탄소 운동의 대상 에너지원 가운데 원전과 수소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트럼프는 원전에도 우호적이다. 따라서 한국의 무탄소 운동에도 반대하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한전이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 4호기. 사진=한국전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