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축협은 반박문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이 반박문을 살펴보면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거나 말 자체에 어폐가 있는 한심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스포츠코리아문화체육관광부는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7월29일부터 3달 넘게 걸린 문체부의 감사 결과 발표가 나오자 다음날인 6일 축협은 입장문을 통해 반박했다.
감독 선임의 부정에 대해서 문체부가 지적한 것은 또 다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때는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홍명보 감독 때는 이임생 이사가 면담을 진행할 권한이 있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상위기관이자 정부기관이 중간감사 발표 때도, 그리고 국감에서도, 이번 최종발표 때도 아무리 잘못됐다고 해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행태의 반복이었다. 이미 이부분은 축구협회가 국민들에게 전하는 입장문과 보도자료에서조차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문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났었다.
자격증 없는 코치진 선임 문제에 대해서는 결국 ‘축구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불평이었다. 그러나 아시아‘축구’연맹인 AFC가 발급하는 AFC 피트니스 Lv.1 자격증도 없는 피지컬 코치를 선임한 것 역시 '축구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615억원의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대출에 대해서 말하는건 황당하기 그지없다. ‘축구협회에서 승인을 요청했을 때 문체부 관계자가 교체되면서 지체되었고, 협회와 문체부 관계자의 소통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도 고려해주시기 바란다’는 것. 결국 문체부 승인을 안받고 615억원이라는 거액을 대출을 한 이유가 ‘소통의 문제’라는 한심한 변명은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사무공간 제외로 미니스타디움을 만들기로 거짓 사업계획서로 56억원의 국고를 받아놓고 이후 사무공간을 만들려고 한 것이 ‘허위수급’이라는 문체부의 지적에 이제와서 ‘문체부와 이건에 대하여 상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되니 ‘말하려했다’는 황당한 변명이다. 문체부는 사무공간 건립을 국비로 지원한 사례가 없고 타종목과의 형평성이라는 합당한 이유를 이미 댔음에도 상의한다는건 황당할 수밖에 없다.
승부조작범 사면에 대해서도 오히려 대한체육회 탓을 했다. 대한체육회가 규정을 개정하면 대한축구협회도 함께 규정을 개정해야하는지 확인하거나 안내한적이 없다는데 자신들의 상위기관이 규정을 바꾸면 하위기관이 이를 파악하고 따라야하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하위기관이 상위기관이 규정을 바꾸고 확인하거나 안내를 안해줬다고 입장문에 밝히는 것은 상-하위 기관에 대한 인식 수준을 의심케 한다.
정작 문체부가 발표한 비리 중 논란이 크고 축구인들에게 큰 충격을 준 P급 지도자 합격자 바꿔치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선택적 해명만 하고 그 해명조차 스스로의 말에 어폐가 있거나 상식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말로 반박하는 대한축구협회.
축구 관계자들은 이번 문체부의 감사 결과 발표를 보고 ‘정부 문법에서 이정도면 상당히 세다’며 축구협회가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기다렸다. 하지만 환골탈태하겠다는 노력보다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정부기관의 발표에 하루만에 황당 반박으로 대한축구협회가 과연 문체부가 말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심케 한다.
대한축구협회가 이렇게 계속 버틴다면 피해는 온전히 축구인들에게 간다. 이미 보조금 제재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문체부가 이를 시행한다면 보조금으로 사업을 진행해야할 유소년-여자 축구 등 많은 부분이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