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축령산 자락의 정원…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연합뉴스 2024-11-07 00:00:55

(가평=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가을을 맞아 수도권 근교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보낸지라 아름답고 평온한 계절 풍경이 보고 싶어졌다. 자연의 모습과 사람의 손길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산자락에 있는 수목원

목적지는 경기도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으로 정했다.

출발한 날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였다.

아침에는 기온이 내려가 싸늘하고 낮에는 햇살이 비춰 따뜻했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중에 잎을 떨군 가로수와 파란 하늘이 한눈에 들어왔다.

계절을 실감했다.

수목원 근처에 다다랐는가 싶어 차창 밖을 살펴보니 빽빽한 숲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생각보다 깊어 보였다.

도로가 약간 오르막길로 이어졌다.

주변에는 가평의 대표 농산물이라 할 수 있는 잣 판매장이 군데군데 있었다.

수목원 주차장에 차량을 대고 입구에 들어섰다.

첫인상은 고요함이었다.

일찍 출발한 덕분에 관람객이 적었다.

누가 봐도 사람이 잘 가꾼 듯한 소나무 두 그루가 단정하게 서 있고 그 앞에는 밝은 빛의 아프리카봉선화, 천일홍, 선명한 잎의 콜레우스 등이 장식돼 있었다.

아침고요수목원이라는 푯말과 갈색 벤치가 보였다.

관람객을 맞는 소박한 환영 의식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입구에서부터 수목원 구석구석을 관람할 때 언제나 시선의 끝에 닿는 것은 능선이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잣나무 군락지인 축령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인지 고층 빌딩이 보이는 도시의 정원이나 수목원과는 다른 풍경을 만들어냈다.

축령산은 경기 남양주와 가평의 경계에 있다.

◇ 들국화의 향연

좌우로 길이 갈라진 입구에서 취재팀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초가지붕이 보이는 고향집정원이다.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니 수목원을 소개하는 전시물이 안내돼 있다.

이 중 '아침고요 일곱계절'이라는 소개 글이 이채로웠다.

이곳에선 1년을 일곱 개의 계절로 바라본다며 초봄, 무르익은 봄, 초여름, 한여름, 초가을, 깊은가을, 겨울로 구분해 뒀다.

전시물은 이러한 구분에 따라 볼 수 있는 식물과 풍경 등을 계절별로 소개했다.

고향집정원을 나와 길이 이어진대로 오르막길에 있는 몇몇 정원을 거쳐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던 중 반가운 계절 꽃을 만났다. 분홍, 보라, 노랑, 흰색의 들국화가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들국화는 가을의 전령이다.

보이는 꽃마다 빛깔과 생김새가 달라 카메라를 눌러댔다.

그중에서도 작은 들국화의 옅은 보라색이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취재팀이 방문했던 때는 마침 수목원의 드라이가든에서 들국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들국화가 눈에 들어왔다.

안내판에는 해국, 쑥부쟁이, 좀개미취 등 가을 들국화 총 120점을 전시한다는 설명 글이 적혀 있었다.

해변 국화의 줄임말인 해국,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라는 눈개쑥부쟁이, 분포지가 제한돼 있어 보존이 필요하다는 좀개미취 품종 등 안내판을 읽으며 하나하나 이름을 되뇌어봤다.

해맑게 웃고 있는 듯한 구절초도 볼 수 있었다.

◇ 황금실화백·자작나무·천년향…인상적인 나무들

어느 지역이든 수목원이나 공원 등을 방문할 때면 좀 더 마음에 들어오는 식물들이 있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러한 식물을 발견할 때는 반가움이 앞선다.

아침고요수목원에선 햇빛에 반짝이는 연둣빛의 가는 잎이 뭉쳐있는 듯한 나무가 먼저 취재팀의 눈에 들어왔다.

황금실화백이다.

완연한 가을날 파란 하늘 아래 수목원 곳곳에 서 있는 황금실화백이 무척이나 돋보였다.

자작나무길을 걸을 때는 자작나무의 은빛 수피와 나뭇잎을 유심히 살펴봤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에 귀 기울이며 발걸음을 옮기니 일순 적막감이 일기도 했다.

가을과도 잘 어울리는 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고요수목원에는 천년향으로 불리는 상징목이 있다.

수령 1천년으로 추정되는 향나무다.

천년향 앞에선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나무줄기가 몇 갈래로 갈라져 올라오면서 꺾이고 꼬여 교차하는 듯한 모습이다.

은회색과 잿빛의 서로 다른 나무줄기의 색깔, 곧지 않은 형태가 특징인 것 같았다.

안내판에는 아름다운 수형과 자태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조선 시대 때부터 관리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돼 있다.

나뭇가지가 아래로 처진 나무들만 심어놓은 능수정원에선 처진 개벚나무, 공작단풍 등이 눈에 띄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잎을 떨구거나 주황색으로 물든 나무들이 산자락에 병풍을 두른 듯 빽빽하게 서 있는 푸른 나무들과 잘 어우러져 보였다.

◇ 장독대와 돌탑, 연못정원…다채로운 풍경 바라보기

아침고요수목원에서 30여개에 이르는 정원을 훑다 보니 눈에 띄는 소재가 있었다.

바로 장독이었다.

처음 들른 고향집정원에선 마루 위에도, 마당에도 장독들이 놓여 있었다.

산수경온실에도 길을 따라 장독이 늘어섰다. 어색하지 않아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수목원에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렸다.

계곡을 따라 관람객들이 쌓아놓은 돌탑이 하나의 조형물로 자리 잡은 정원 '탑골'도 찾아볼 수 있다.

필자도 작은 돌 하나를 주워 낮게 쌓아 올려진 돌탑에 조심스럽게 얹었다.

한국정원으로는 '서화연'이라는 연못정원이 있다.

연못에는 정자가 있다.

연못 주변을 옮겨 다니며 위치에 따라 풍경이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살펴보는 게 흥미로웠다.

멀리 떨어진 산을 배경으로 연못과 정자를 바라보면 나무들이 무성해 보였고, 연못 인근의 키 큰 산벚나무 뒤로 이동하니 잎이 떨어진 나무줄기 사이로 경치가 보여 계절감을 더했다.

산벚나무 뒷길을 따라 올라가면 기와집 형태의 '정한재'(靜閑齋)가 나온다.

고요하고 한가로운 집이라는 뜻이다.

대청마루에 잠시 앉아 풍경을 바라봤다.

이외에도 영국식 오두막이 있는 J의오두막정원, 푸르름이 돋보이는 침엽수정원, 다양한 색상의 야생화정원, 잔디와 앞산의 풍경이 두드러지는 아침광장 등을 둘러봤다.

관람하는 동안 어디에선가 풀벌레 소리가 들렸고 꽃을 찾은 벌과 나비도 보였다.

자연을 좋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수목원을 찾는다는 직장인, 어린 자녀와 함께 출렁다리를 건너는 부부, 현장학습을 나온 유치원생 등 다양한 이들을 만났다.

꽤 시간이 지나 취재팀이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는 더 많은 사람이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