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준 "확고한 동맹국 역할 입증해야"…남성욱 "주한미군 철수가 첫 압박될 것"
윤영관 "북미대화 재개 염두두고 준비"…최종건 "한국 '패싱' 아니라 제쳐질 것"
조병제 "'가치중심' 사고로는 '이익중심' 트럼프 시대 이겨나가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이상현 오수진 김지연 기자 =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의 미국이 '미국 제일주의'로 회귀하면 한미동맹도 '거래적' 성격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흐름이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다며 가치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던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며 북한과 대화에 나설 시 한국을 '패싱'하거나 미국 본토의 핵 위협만을 제거하는 '스몰딜'에 동의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음은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5인이 밝힌 트럼프 2기 시대 한미동맹, 북미관계, 한반도·글로벌 정세 전망과 정부 대응 방향 조언.
▲ 세종연구소 이용준 이사장
트럼프 당선인은 동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을 유지하되,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에 대한 한국과 대만의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기여도와 자주 국방력 강화 노력 등을 감안해 지원의 강도를 재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방어전략의 초점은 북한에서 중국으로 더욱 크게 옮아갈 전망이며, 이에 따라 동아시아 방어전략의 핵심거점도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대폭 이동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미국의 동맹국이 미국의 안보 지원에 대해 상응하는 기여를 제공해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강한 입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한국 정부로서는 두 가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체성의 문제다. 한국이 미국의 확고한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대외전략, 특히 대중국 정책에 기여하는 나라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둘째는 책임과 비용의 문제다. 글로벌 수준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중견국으로서 미국의 안보지원에 대해 책임과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북미 관계의 경우 선거유세 과정에서 김정은과의 관계를 과시하고 추가 정상회담 의지를 공언한 바 있어 이를 실제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전협의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입장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회담을 강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동맹과 민주주의 진영 국가들과의 연대가 약화할 것이다. 미국의 상대적 리더십은 약화하고 미국과 동맹들 사이의 간격은 벌어질 것으로 본다. 그 사이를 권위주의 진영들이 파고들 것이다.
대외관계에 있어서 트럼프 당선인의 특징은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크고, 거래적이라는 점이다. 주한미군 문제는 결국 방위비 문제와 연결이 되어 있다. 트럼프 1기에서 같이 일을 했던 참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해 한국이 만족스러운 호응 조처를 하는 경우,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큰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북미 관계의 경우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 정부가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본다.
트럼프의 리더십 스타일을 봤을 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운반수단이니 이를 제거하고 핵 개발 동결 수준에서 머무르는 합의를 해주면서 제재를 풀어줄 가능성도 있다고는 본다. 그럴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민을 향해 외교적 승리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한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서는 재래식 핵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라서 대비가 필요하다.
▲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한미동맹을 특별히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동맹을 폐기하자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것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다. 경제적 압박을 가하면서 거래 조건을 미국에 유리하게 바꾸겠다는 것이지 거래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핵 문제에 대해 트럼프는 하노이에서 결렬이 됐지만 이 문제는 충분히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트럼프는 일단 얘기해보고, 가능한 해법이 뭔지 찾아보겠다는 접근을 할 텐데 조건 없는 대화에 북한이 응하지 않을 이유 없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당연히 남한을 '패싱'하려고 할 테고 트럼프도 성과를 내려고 일단 한국을 끌어들이는 건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할 거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지난 60∼70년간 우리가 봐온 미국에 굳어져 있다. 우리는 지금도 가치, 민주주의와 독재를 이야기하지만 트럼프가 그런 이야기를 하나? 훨씬 사고가 유연해야 한다. 트럼프가 얘기하는 것은 가치도 아니고 이념도 아니고 미국의 이익을 생각한다. 가치, 이념 중심적으로 굳어진 사고로는 '이익 중심' 트럼프 시대를 이겨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
지금의 한미동맹은 윤 정부가 미국에 많은 부담을 지게 한 건 사실이다. 지금 언론에서 방위비 분담금만 얘기하는데, 그와 별개로 연합훈련에 대한 비용을 상당히 많이 부과할 거다. 한미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정서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서로 돕고 도와주는 동맹이 아니라, 서로 비용을 주고받는 거래적 동맹이 될 것이다.
북미 관계의 경우 지난번에는 8년을 염두에 둔 디자인인데 4년밖에 안 남았다.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를 먼저 낼 거다. 그 지점은 우크라일 것 같다. 그러려면 동북아, 한반도는 조용해야 한다. 비용 문제를 한국에 전이하고, 연합훈련을 조정하겠다면서 북한에는 부드러운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군축협상과 같은 협상은 김정은 때문에 진행이 안 될 것이다. 트럼프한테 속은 김정은은 함부로 옛날처럼 안 나올 것이다. 하노이 때 영변을 '바겐 세일'했는데, 지금은 그거로는 안 된다.
미국이 북미 간 대화를 한국과 완전히 공유하려면 남북 관계가 좋아야 한다. 한국 '패싱'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제쳐질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우선순위가 북한과의 관계 유화(softening)라면 제3자인 한국이 끼는 게 도움이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북중과 소통이 없고 러시아와 소통도 제로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으로부터 아무런 어드바이스를 받을 수 없는데 북한과 대화하는 데 요식적인 행동 외에 뭘 하려 하겠는가. 외교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하지 않나.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를 겪어본 여러 인사의 조언을 들어보고, 대응책을 세우기 바란다.
▲ 남성욱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장
한국에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내세우는 게 1번 압박이 될 것이다. 북한 핵 위협이 와도 지금처럼 미국 확장억제 공약에 따른 전략 자산 전개를 자주하지 않을 것이고 '비즈니스 동맹'인 한미 관계로 갈 것이다.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대해 우리가 돈으로 메꾸는 안보 전략이 불가피하다. 철저하게 계산기 두드려서 '기브앤테이크'(주고받기)로 만나야 하는 한마디로 '추운 겨울'이 올 걸로 본다.
글로벌 정세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전에 중동, 우크라이나에 모두 '중지해라' 할 수 있다. 그럼 다시 북한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할 것이다. 하노이, 싱가포르 때처럼 북미는 입씨름을 먼저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다가 양국 지도자가 만나면 '스몰딜'을 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 핵 보유 인정 문제는 미국 조야에서도 '지금 어떻게 하겠냐'는 말이 나온다. 현상 동결해야 한다는 시나리오가 점차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북한과 미국이 북핵을 인정하는 협상을 했을 때 우리는 뭘 해야 하는지가 정해져야 한다. 핵은 핵으로서 공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을 막을 수 있는, 안보 불안 해소 대책을 내놓으라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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