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활동 혐의' 전 민주노총 간부, 징역 15년 선고(종합)

연합뉴스 2024-11-06 18:00:27

법원 "자유민주주의 파괴 중죄…노조 신뢰상실 엄벌"…법정구속

공범 혐의 2명도 징역 5~7년형…1명은 증거 부족 무죄 판결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북한으로부터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민주노총 간부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청사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6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53) 씨에게 이 같은 실형과 함께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또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49) 씨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55) 씨에게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국가보안법 위반(회합 등) 혐의를 받는 전 민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52) 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유죄를 선고받은 석씨 등 3명은 도주 우려 등으로 이날 법정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구속기소 됐다가 같은 해 9~10월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석씨에 대해 "피고인의 범행은 북한을 이롭게 하고 우리 사회에 분열과 혼란을 초래해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큰 범죄"라며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고 치밀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민주노총 내 비밀조직 지사장으로 불리며 북측과 102회에 걸쳐 지령문과 대북보고문을 주고받았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에 가입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조합비를 납부한 전체 조합원들이 과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상실하게 했다는 점에서 엄벌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양씨와 김씨에 대해 "피고인들의 행위는 장기간 방치될 경우 사회 혼란으로 이어져 국가 안보 등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죄를 선고한 신씨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피고인이 석씨와 공모해 국가의 존립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북한 공작원과 회합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석씨와 긴밀한 사이로 볼 사정이 없고 피고인이 현재 민주노총 활동 방향에 영향을 행사할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석씨 등은 2017년∼2022년 북한 지령문을 받아 노조 활동을 빙자해 간첩 활동을 하거나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석씨는 북의 지령을 받고 2020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과 국가기밀인 평택 미군기지, 오산 공군기지 시설 정보 등을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석씨 등이 대남공작기구인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도를 직접 받으며 지하조직인 '지사'를 결성해 민노총 중앙본부, 산별, 지역별 연맹의 주요 인물을 조직원으로 포섭하려 하는 등 노동단체를 장악해 조종하려 시도한 것으로 봤다.

검찰과 국정원, 경찰청은 이 사건에서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24건의 대북 보고문을 확보했으며, 이들이 주고받은 통신문건의 암호를 해독해 지하조직을 적발했다고 했다.

석씨는 북한으로부터 받은 암호자재(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 및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파일이 저장된 매체)인 SD카드를 소지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석씨에게 징역 20년에 자격정지 20년을 구형하고 김씨에게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 양씨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 신씨에게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석씨 등은 "국정원이 외국에서 수집한 사진과 영상, CCTV 촬영물들은 외국에서 수사할 때 적법한 절차로서 국제형사사법의 공조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며 "동의나 승낙 없는 촬영 영상은 기본권 침해가 크고 영장주의를 위배한 강제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압수된 북한 지령문, 대북보고문, 채증 영상 등 증거는 합법적이며 객관적인 방법으로 증거 능력이 인정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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