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 가운데 대통령실은 6일 "우리 안보가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워싱턴 D.C. 새 행정부와 완벽한 한미 안보태세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차장은 "한미 동맹을 더 강하고 활력있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바꿔 안보, 경제, 첨단기술 협력을 고도화하고 청년 기업인들의 기회 운동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우리 국민이 한미 동맹으로부터 더 큰 기회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은 5일 0시 (한국시간 5일 오후 2시) 뉴햄프셔주 북부에 있는 산간 마을인 딕스빌노치를 기점으로 시작해 6일 오전 1시(한국시간 6일 오후 3시) 알래스카를 끝으로 마감됐다.
애초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초접전 대결 양상을 보여 당선자 윤곽이 나오기까진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일찍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해졌다.
아직 승리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다만 새로 꾸려질 미 행정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확정되기 전까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지난 몇 개월 동안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 캠프의 주요 참모들, 과거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조력자들과 긴밀한 소통과 정책 협의를 지속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결과가 나오면 윤 대통령과 (미국) 당선인 간 소통의 기회가 이른 시일 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탄탄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상황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는 등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한미 간 방위비 분담 협정은 완료했으며, 우리 국회에 비준을 의뢰하기 위해 국무회의 절차를 마친 상태"라면서 "우선 모든 노력을 다해서 한미 간 현재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양국 간 합의를 만들어 놓은 것이고,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됐든 충분히 협의한 결과로서 기준점을 제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최근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관한 우리 측 분담금으로 1조5192억원을 합의하고, 관련 협정에 서명까지 마쳤다. 이번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유효기간은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이지만, 변수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가 유력해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기간 한국을 향해 '머니 머신'(돈 버는 기계)이라고 지칭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 약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 수준에서 최소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방위비 분담금 규모와 액수 그 자체 외에도 우리가 한미동맹에서 여러 기여를 확대해 왔고, 미국의 양 캠프 진영도 그런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내 의회 차원이나 주지사, 어떤 주요 후보의 정책 조언자가 방한해 우리 대통령, 안보라인과 얘기하든 한미동맹을 계속 존중하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데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자동차와 2차 전지 등 한국기업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무효 또는 수정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진화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 경제안보팀이 여러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미국과 어떻게 이것을 유지·발전시킬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며 "상대가 있는 협의 사항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고, 수주가 걸려서 상대 당선인 측 정책 브레인이 지명된 뒤 우리와 협의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사이 비공식적으로라도 지금 제기된 중요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 일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연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 한미일 정상회담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한 입장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내 한 번 더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리, 일본도 확고하다"며 "다만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시점과 장소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브리핑은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10일)을 맞아 진행된 것으로, 김 차장은 '외교 안보 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 계획'을 주제로 브리핑했다.
김 차장은 지난 2년 반 동안 거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과에 대해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에 따라 우리의 안보·경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고 평가했다.
또한 "북한 핵 문제가 한반도와 역내 평화를 위협함과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 글로벌 안보 전체를 위협하는 공통의 과제라는 시각에서 접근했다"면서 "남북 정권 간에 일시적 선언이나 타협을 끌어내려는 대북 안보, 대북 정책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글로벌 경제 강국, 책임 있는 기여, 소프트 파워 강화로 우리 대외 정책과 대북 정책의 국제적 지지 견인에 초점을 뒀다"면서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를 지속하고, 재외공관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해 상호 연계협력을 체계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 차장은 핵심기술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약속했다. 지난 4월 출범한 한미일 신기술 보호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 공유, 법제 연구, 법 집행 협력에 있어 상호 협력을 도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 차장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차장은 "북한은 청년의 희생을 대가로 우리 안보를 위협하려 한다"면서 "정부는 우리 안보가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완벽한 안보태세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 대화에 대해선 열린 태도를 견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연대를 통해 통일 기반을 조성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