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최근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가능성을 놓고 이견이 맞서는 가운데 '동남아판 나토'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길버트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이 말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테오도로 장관은 전날 한 포럼 행사에서 동남아판 나토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양분돼 있고 차이가 있어서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예를 들어 우리는 아세안 (결성) 이전에 미국과 방위 동맹을 맺고 있다"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과 동맹을 맺어 왔다"고 테오도르 장관은 지적했다.
아시아판 나토는 지난 9월 말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지론이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미국·인도·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이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나타내면서 일단 수면 밑으로 잠복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이 자국을 겨냥한 '배타적 군사동맹'이라며 반발하자 지난달 초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나라도 배제하지 않는 안전보장 협력 관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관련, 테오도로 장관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선을 넘고 있다"는 점을 아세안이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불법적인 남중국해 영역 확장 활동에 대해 아세안이 일정한 원칙이나 대응을 내놓도록 하는 것이 "매우 좋은 첫 단계이며, 우리가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간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필리핀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소송을 제기해 2016년 중국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얻어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영유권을 고집하면서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 등 아세안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아세안은 남중국해에서 국가 간 충돌을 방지하는 남중국해 행동 강령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과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아세안은 지난달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정상회의를 가진 뒤 의장성명에서 남중국해 긴장을 완화하고 사고와 오해, 오판 위험을 줄이는 신뢰 구축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남중국해 행동 강령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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