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모 아니면 도일 것."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앞두고 여권 인사들의 입에서 김영삼·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르내린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정권의 고비를 맞은 역대 집권여당 대통령이 돌파구로 택한 '국민 앞 회견'이 오히려 역풍을 초래했던 사례를 반추해 보자는 얘기다.
여권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거론하는 데는 2016년 '탄핵 전야'를 윤 대통령이 그대로 걷고 있다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 탓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기록한 국정 지지율 10%대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이 증폭되던 해의 지지율로 꼽힌다. 윤 대통령에 제기된 의혹부터 지지율 추이, 심지어 돌파 수단으로 택한 '회견'까지 닮은 구석도 많다.
역대 대통령들의 벼랑 끝 회견 이후는 어땠을까. 직접적인 사과를 언급하지 않은 김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로 지목된 아들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의혹을 시인하고 사과한 박 전 대통령은 탄핵이라는 최후를 직면했다. 등 돌린 민심을 잡으려 택한 비장의 카드가 되레 역효과를 부른 셈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적 언급을 꺼리며 대응을 자제해왔던 것도 이같은 후과를 의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 尹회견, 11월 정국 향배 결정…쇄신책이 관건
윤석열 대통령이 부활절인 31일 서울 강동구 소재 명성교회에서 열린 '2024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윤 대통령이 끝내 국민 앞 회견을 결심한 데는 악화할 대로 악화한 여론을 방치했다간 야권의 탄핵 공세에 속수무책 당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와 김건희 특검법 정국이 맞물린 시점에 용산발(發) 리스크가 공세의 설득력을 낮추고 있다는 여당 내 불만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벼랑 끝 회견은 격랑의 11월 정국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김건희 여사 문제와 명태균 씨 논란에 대한 입장을 소상히 밝히고 민심을 돌리겠다는 구상이다. 사과도 검토하고 있다. '최후통첩' 성 쇄신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역대 대통령들처럼 더 거센 퇴진 요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당 일각에서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극약 조치를 에둘러 압박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국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반 발짝 더 나가실 때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 범위는 국제 무대 등 외교 활동까지 전면 중단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지난 성과와 개혁의 방향을 얘기하는 순간 회견은 실패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대선에서) 찍었지만 실망해서 떠난 분들에게 '실망시켜서 죄송하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제가 반드시 변하겠다'해서 타깃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회견·담화·대담이 다 실패했는데 이번엔 대통령이 진짜 변하겠구나'가 남는 회견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당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회견을 기다리고 있다. 여권 악재를 돌파할 반등시킬 승부수냐, 민심의 화를 부르는 자충수냐의 관건은 윤 대통령의 쇄신 '의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