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 '여소야대' 속 제3야당과 협력…'103만엔의 벽' 쟁점

연합뉴스 2024-11-06 13:00:34

총선 과반 의석 달성 실패 후 국민민주당에 손 내밀어 '정책 협의' 시도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지난달 27일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한 여당 자민·공명당이 여소 야대 상황에서 국정 운영을 위해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국민민주당은 현 연립 내각에는 직접 참여하지는 않겠지만 역점 공약인 '103만엔의 벽' 개선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여당과 정책별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다.

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전날 당 간부회의에서 "국민민주당과 정책협의를 진행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실제 집권 자민당과 국민민주당은 같은 날 양당 정조회장 간 회담을 열어 금주 중 협의를 본격 개시하기로 합의했으며 연립 공명당도 국민민주당과 회담했다.

핵심 쟁점은 '실수령액 증가'를 총선 구호로 내세운 국민민주당의 핵심 공약인 '103만엔의 벽' 허물기다.

103만엔(약 933만원)은 기초공제 등 각종 소득 공제로 소득세를 내지 않고 벌 수 있는 연간 소득 수준으로, 현재 기준은 1995년부터 적용돼왔다.

103만엔 이상 근로소득을 벌면 세금을 물게 될 뿐만 아니라 가구주의 부양공제 대상에서도 빠지면서 전체 가구 소득이 세금 증가로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한국으로 치면 근로소득자 면세점에 해당한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일본에서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주부나 아르바이트 대학생아 근로소득 면세점을 넘지 않으려고 스스로 근로 시간을 제한하면서 사회문제로도 지목돼왔다.

국민민주당은 178만엔으로 이를 상향 조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자민당과의 협력 전제 조건으로 '103만의 벽' 허물기를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민주당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경우 세수 감소가 약 7조∼8조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상향 조정폭을 국민민주당과 우선 협의할 계획이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

국민민주당은 휘발윳값이 급등할 때 세금을 일시적으로 깎아주는 '트리거 조항'의 재개도 요구하고 있다.

자민당이 국민민주당과 협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민주당의 협력을 얻으면 예산안이나 법안 처리에 필요한 과반 의석(233석) 확보가 가능해진다.

자민당은 지난달 27일 총선에서 12년간 유지해온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공명당과 합친 전체 여당 의석도 과반에 못 미쳤다.

전체 의석 465석 중 자민당(191석)과 공명당(24석) 등 여당 의석은 215석이다.

종전까지 7석에 불과했던 국민민주당 의석은 이번 총선에서 28석으로 늘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공명·국민민주 3당의 협의 틀은 연말까지 예산안이나 세제 개정 등에서도 중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오는 11일 개회가 예정된 특별국회에서 총리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특별국회는 중의원 해산에 의한 총선 후 소집되는 국회로, 총리를 다시 지명 선출하게 된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148석)은 과반 의석에 훨씬 못 미치는 데다 총리 지명 투표에서 다른 야당의 전폭적인 협력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민주당은 특별국회에서 1차 총리 지명 투표뿐만 아니라 결선 투표에서도 입헌민주당 대표인 노다 요시히코가 아닌 자당 대표인 다마키에게 투표한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으며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38석)도 노다 대표에 대한 투표에 부정적인 입장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9일 일본 중의원 해산 모습

다만 이시바 총리 내각이 유지되더라도 향후 국회 운영은 여소 야대에서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은 커졌다.

당장 11일 소집 예정된 특별국회 회기도 여당은 4일간을 제안했지만, 야당 측이예산위원회와 정치윤리심사회 개최 등을 요구하면서 맞서고 있다.

또 총리 지명 투표도 관례대로 특별국회 첫날 치러질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