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나혜리 기자] "비트코인 채굴기 임대사업에 투자하면 매일 1%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형사 A씨는 지난 4월 이같은 전화를 받고 사기 사건임을 직감했다. A씨는 투자 사기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우선 속아주는 척하며 전화를 이어갔다.
상담원은 A씨에게 "비트코인 채굴기를 직접 운영하는 회사로, 투자금을 예치할 경우 매일 1% 상당의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수익금은 즉시 출금이 가능하다"며 "못 믿겠다면 우선 '무료 체험수익'으로 매일 1만원씩 송금해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상대가 요구하는 대로 은행 계좌번호 등을 불러주며 투자를 할 것처럼 안심시키고, 수일간 통화를 지속하며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하나둘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통장에는 '무료체험 수익' 1만원이 이체됐다.
A씨는 수집한 정보를 상부에 보고했고,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해 사기조직이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어 한 달여 만인 지난 5월 인천에 있는 사기조직의 사무실 찾아내 현장을 급습, 16명을 검거했다.
이들 사기조직은 지난해 10월부터 검거될 때까지 비트코인 채굴기 임대사업 투자 건을 미끼로 50명을 상대로 23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의 연령대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으며, 적게는 300만원부터 많게는 3억원까지 편취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B씨 등은 인천 지역에서 2~3달 간격으로 사무실을 옮겨가며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반에는 투자한 금액에 따른 실제로 수익금을 되돌려주면서 피해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후 나중에는 이벤트 명목으로 "수익금을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주겠다"는 등의 말로 투자금을 늘릴 것을 권유해 최대한 많은 돈을 끌어모아 잠적하고, 또다시 다른 곳에 새로운 사무실을 차리는 수법이었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처벌법 위반(사기),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B씨 등 9명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B씨 등이 범행에 사용한 대포 유심 및 개인정보 DB 유통 경로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압수한 대포 유심의 공급로를 추적해 별정 통신사 대리점 6곳에서 외국인 명의의 1천980개 대포 유심이 개통된 사실을 확인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4명을 구속하고 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아울러 저금리 대출 안내 음성광고를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해 이름과 전화번호, 직장, 신용정보, 대출 상황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건당 1만원을 받고 판매한 콜센터 5곳의 운영자 등 33명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현직 형사인 A씨에게 걸려 온 한 통 전화로 시작된 이번 사건 수사로 총 80명을 검거(13명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