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구조공단 "소멸시효 문제, 피해자에 우호적 입장 보인 판결"
(김천=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삼청교육대 진실규명 신청을 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국가가 손해배상을 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은 삼청교육대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삼청교육 피해 사건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이 계엄 포고 제13호에 의해 군부대가 설치한 삼청교육대에서 약 4만 명을 대상으로 순화 교육, 근로봉사 등 대규모 인권 침해를 자행한 사건이다.
지난 2022년 진실화해위는 삼청교육 피해 사건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 진실규명 신청을 받았다.
A씨는 1980년 10월 삼청교육대에 입소해 약 3년간 강제로 순화 교육을 받고 강제노역을 하는 등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A씨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을 하지 않았고,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문제가 됐다.
국가는 소멸시효기간 만료와 관련해 삼청교육이 종료된 날 등을 주장했다.
법원은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한민국은 원고인 A씨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윤성묵 변호사는 "이 사건은 진실규명 미신청자의 권리구제에 있어 큰 장애물 중의 하나인 소멸시효 문제에 있어 법원이 피해자들에게 우호적인 입장에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러한 판결이 계속 쌓인다면 향후 다른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가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이번 사건 판결 선고를 계기로 법률구조의 범위를 진실규명 미신청자들까지 확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진실규명신청을 하지 못한 피해자 중 중위소득 125% 이하인 국민은 국가기록원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삼청교육대 입소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한 뒤 가까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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