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멸적 의미를 담은 표현"…벌금 100만원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2021년 경기 김포에서 40대 택배 대리점주가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던 끝에 숨진 사건과 관련,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대리점주 비방에 가담한 조합원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8일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5∼7월 택배노조원 등 40여명이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집배점 대표 B씨를 겨냥해 "까도 까도 끝이 없는 비리, 횡령 외 수없는 불법적인 일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 같다"며 "질긴 놈, 언제쯤 자빠질까"라고 글을 올려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채팅방은 대부분 노조원으로 구성돼 있었고 B씨는 들어와 있지 않았으나, 해당 메시지는 결국 B씨 측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B씨와 조합원들은 수수료 지급구조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B씨는 조합원들의 태업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같은 해 8월 30일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정당행위라거나 형량이 과중하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관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아니한 채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이 사건 메시지들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특히 '언제쯤 자빠질까'라는 표현은 B씨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메시지가 올라오자 A씨가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입원한 것에서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더욱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기를 바라는 내용으로 경멸적 의미를 담은 표현"이라고 했다.
A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B씨가 숨진 뒤 유족은 전국택배노조 김포지회 노조원 13명을 가해자로 지목해 고소했다.
택배노조는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초심으로 돌아가 내부 혁신을 과감하게 단행하겠다"며 폭언이나 집단 괴롭힘에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다른 택배노조원 1명은 2022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징역 8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다른 1명은 인천지법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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