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응급환자 진료정보망 분석결과…"지역별·질환별 맞춤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국내에서 데이터 기반 응급의료시스템을 통해 중증환자 치료가 적절하게 이뤄진다면 연간 3천여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차의과대 분당차병원 응급의학과 연구팀(김규석·박수현·현정호)은 2020년 국가응급환자 진료정보망(NEDIS) 빅데이터를 토대로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패혈증 등 급성 중증질환의 병원 내 사망률을 지역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응급의학 저널'(AJEM·American Journal Of Emergency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국가 전체의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모델로 '치료 가능 사망'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치료 가능 사망은 말 그대로 치료가 가능할 수 있었지만 적정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경우를 일컫는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국가 전체는 물론 지역별, 질환별 사망률을 낮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은 국내에서 치료 가능 사망 분석이 이뤄지고 이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수립될 경우의 사망률 추정치도 제시했다.
목표 사망률은 국가 전체를 기준으로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분석했다. 단기는 국내 평균 사망률을, 중기는 국내 최저 사망률을, 장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제시한 최저 국가 사망률을 각각 기준으로 삼았다.
이 결과 중기 목표를 달성할 경우 1년 동안 전국적으로 급성심근경색증 749명, 뇌졸중 958명, 패혈증 1천552명의 사망자를 각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최근 한정된 의료 인력과 시설 등의 문제로 필수 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치료 가능 사망 분석 시스템을 활용하면 국가 차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중증질환을 찾아내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컨대 A 지역에서 외상 사망률이 높다면 외상 사망률이 높은 이유를 분석한 뒤 응급의료 대책을 세우고, 반대로 B 지역에서 급성심근경색증 사망률이 높다면 마찬가지로 원인분석과 함께 그에 맞는 의료정책을 펴자는 게 치료 가능 사망 분석의 핵심이다.
분당차병원 응급의학과 김규석 교수는 "지역별로 문제가 되는 중증질환이 다른데도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인 정책을 내놓고 지자체가 이를 무조건 따르는 방식을 벗어나야 지자체 맞춤형 의료 정책을 펼칠 수 있다"면서 "빅데이터 기반의 치료 가능 사망자 분석이 그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외상이나 급성심근경색증, 뇌졸중보다 패혈증 환자에게서 치료 가능 사망이 가장 많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패혈증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혈액 내에서 증식함으로써 고열과 백혈구 증가, 저혈압 등의 전신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런 패혈증은 다발성 장기부전이나 심부전 등을 일으켜 생명을 앗아가게 된다.
김 교수는 "현재 국가적으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을 치료하는 심뇌혈관, 외상센터에 큰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치료 가능 사망률 데이터로 보자면 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향후 패혈증 치료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의료정책 방향을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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