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전날 떠나는 가을이여 국화는 시들고 철새는 높이 난다
무서리 내린 들녘 첫눈 온 듯 희다. 봄철 구근들 땅 속에서 희멀겋게 굵어가고 종아리 시린 무는 단맛이 드는데, 알 낳아 땅에 묻은 방아깨비는 마른풀에 머리 뉘고 돌아갔구나. 주검은 안쓰럽지만 자연의 섭리이리니. 생성과 소멸이 없으면 순환은 어찌 있으리. 따뜻한 봄이 어이 다시 오리. 바람이 허공에 휙, 휙, 획을 긋고 다니는 날, 축제이자 애도인가. 저물녘 놀빛 곱기도 해라.
◆전용희 주요 약력
△계간수필 천료(2006) △문학나무 소설 등단(2016) △문학나무숲 소설상(2019)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