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기자회견을 연다. 분야와 시간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명목은 임기 반환점을 계기로 만들어진 자리지만, 최근 정치권을 뒤흔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취 파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이 본인과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털어내고 등 돌린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7일 열리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선 것은 지난 8월 29일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이후 70여 일 만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10일)을 앞두고 마련됐다. 우선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지난 2년 반의 국정운영 성과를 짚고, 남은 임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미국 대선과 함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담화를 마친 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과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두 번(5월·8월)의 기자회견에서 정치, 외교·안보, 경제 등 분야를 나눈 뒤 질문을 답고 답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질문의 갯수, 시간과 상관없이 모든 질문에 답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소상히 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기자회견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명 씨와 윤 대통령 간 통화 녹취를 공개한 데 따른 영향으로 읽힌다. 통화 녹취 내용이 공개된 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는 등 민심 이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기자회견에도 윤 대통령과 명 씨와 통화 녹취 공개 이후 불거진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큰 만큼, 윤 대통령이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이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소모적인 정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이달 말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앞당긴 것도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태를 수습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참모진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함께 지지율 하락세를 경험하고 있는 국민의힘도 이번 기자회견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추경호 원내대표 등은 여러 정치적 논란과 현안을 고려해 윤 대통령에게 입장 표명 시기를 가급적 당겨달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의 측근으로 불리는 '한남동 라인'을 비롯한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을 촉구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되길 기대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전날에도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국민적 관심이 오는 7일 열린 윤 대통령의 '입'에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어느 정도 수위의 쇄신 메시지가 나올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