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업체를 입찰 들러리로"…정부, 316개 사업서 위법계약 등 496건 적발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국고보조금이 투입되는 탄소중립설비 지원 사업의 약 40%가 비리에 연루되거나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친인척을 입찰 들러리로 세워 가짜로 경쟁 입찰을 하거나, 사전에 짜고 특정 업체가 낙찰받도록 하는 수법이 동원됐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환경부는 202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고보조금 지급이 완료된 316개 탄소중립설비 지원 사업의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조정해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중립설비 지원은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로 지정·고시된 업체가 탄소중립설비를 도입하면 정부가 설비 투자비의 30∼70%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1년부터 본격화한 탄소중립설비 지원 사업은 작년 9월까지 국고보조금 1천850억원 등 총사업비 4천213억원이 투입됐다.
추진단과 환경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사업 운영 실태를 점검해 위법·부적정 계약 496건(중복 포함)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135건(사업비 규모 1천220억원)은 사업 수행자가 원하는 금액으로 사업비를 산정하기 위해 설비업체들과 공모, 비교 견적서를 일괄 작성·제출하는 방식으로 한국환경공단의 사업비 산정 업무를 방해한 사례였다.
사업 수행자가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 등 특수 관계인을 입찰 들러리로 내세워 경쟁 입찰로 가장하거나 사전에 공모해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사례는 74건(사업비 규모 999억원)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처럼 업무·입찰 방해나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는 계약 사례 209건, 139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미등록 업자의 전기·건설 공사 업무 수행, 분리 발주 대상인 전기 공사를 일괄 발주하는 등 법 위반 계약 사례 140건, 116명에 대해서는 환경부를 통해 고발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국고보조금 통합 관리 및 사업 운영 지침을 위반한 계약 사례는 147건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원 대상이 아닌 비용에 대한 보조금 등 초과 지급된 보조금 829만원을 환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위법·부적정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 등을 제·개정하는 등 제도 개선과 사후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민간업체가 계약 당사자인 경우에도 입찰·계약 시 국가계약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보조 사업자인 환경공단이 적절한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계획이다.
또 사업비 산정 기준을 정할 때 민간 업체의 비교 견적에 더해 공인된 외부 기관의 설비 원가 적정성 검토를 추가해 담합을 방지하고, 탄소 배출 절감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이 컨설팅업체의 도움 없이도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김종문 국조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장(국무1차장)은 "조사 대상이었던 계약 총 537건 가운데 수사 의뢰, 고발, 시정조치할 내용의 중복을 제거하면 225건에서 지적 사항이 있었다"며 "전체 계약의 약 40%가 관리에 부실함이 있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동일한 위법·부적절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발 사례를 관계 기관에 전파하고, 추가 점검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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