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담화 앞당긴 尹대통령…'尹-韓 갈등' 잠재울까?

데일리한국 2024-11-05 17:16:16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불거진 '공천개입' 등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일정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 사과와 국정 쇄신을 요구한 지 한나절 만에 공지됐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고심 끝에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된 '대국민 담화 겸 기자회견'을 앞당겨 열기로 전날(4일) 심야에 임박해 전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김건희 여사,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앞당긴 데는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 등 최근 불거진 여권의 악재를 방치한다면 국정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근 10%대까지 떨어지는 등 민심을 비롯한 지지층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야권의 특검·탄핵 공세가 기름을 끼얹으면서 여권 내에선 '탄핵 위기감'까지 번지고 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계파를 불문하고 당에서 확산하고 있는 공멸 위기감을 반영한 '최후통첩'이라는 해석이다. 집권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국정 전면 쇄신 등 특단의 조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못해 전례 없는 일로 여겨진다.

한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과 쇄신 개각, 국정 기조 전환 등을 요구했다. 김 여사를 향해선 대외활동 즉각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주문했다.

한 대표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되길 기대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며 "심기일전해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신뢰를 다시 받기 위한 차원에서 인위적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집권여당 대표인 자신이 최후의 보루로서 야권의 탄핵 시도를 방어하는 한편 대통령실 리스크와는 관계없는 본인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 대표가 주변 측근들에게 "내가 있는 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일은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요구대로 쇄신을 단행해 국정 반전의 계기를 만든다면 야권발(發) 특검과 임기단축 개헌 여론을 잠재울 수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린 셈이다. 

◇ 尹 국정동력, 韓 요구로 회복될까? 대통령실·친윤계는 '선 긋기'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인 만큼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특단의 조처를 담화에서 반영할지가 여론의 최대 관심사다. 윤 대통령이 쇄신 요구를 전격 수용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향후 '특검 정국'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명 씨 관련이든 김 여사 관련이든 국민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국민께서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서 소상히 말씀드릴 기회를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친윤계 이철규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특히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말씀하시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필요한 조치와 국민께서 납득할 만한 변화는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한 대표의 요구에 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게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의 설명이다. 한 대표의 수위 높은 발언에 대해선 여권 내 비판 목소리도 여전하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을 찾아 가급적 국민과의 소통의 기회를 일찍 가지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윤 대통령도 고심하다 기자회견을 결심했고 언론 공지가 있기 전 제게 연락이 왔다"고 알렸다. 한 대표의 요구가 관철된 것이라는 해석을 일축한 셈이다. 

이 의원은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해 "정말 잘되기를 바라고 하는 요구와 상대를 무조건 비판·비난·공격하기 위해 쇄신하라는 것은 조금은 결이 다르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단순히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불편하다고 해서 상대방이 '누구를 바꿔라, 교체하라'고 하는 것은 달리 받아들인다"며 "인사권자에게 압박하듯이 정치 공세의 모습을 보이는 것, 이제 그런 정치는 지양해야 할 때"라고 질책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께 그 부분에 대해 직접 질문을 하면 아주 좋은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