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작가는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그 질문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 글을 썼고 글을 쓰면서 나온 생각을 전시로 옮겼습니다."
서울 서초동 스페이스 이수에서 개념미술가 안규철이 미술에 대해 품어온 여러 질문들을 담은 작품들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도로 표지판 20개를 캔버스에 그린 '예술로 가는 길'은 제목 그대로 예술로 가는 길을 묻는 작품이다. 위험한 길이나 우회로 등을 안내하는 다양한 도로 표지판을 통해 '예술로 가는 길'에 다양한 방식의 길이 있음을 말한다.
'외국어로 된 열두개의 잠언'에서는 페르난두 페소아나 존 버거 등 작가들의 문장을 영어와 포르투갈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캔버스에 옮겨 적었다. 해당 언어를 아는 사람에게는 글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그 언어를 모르는 이에게는 그림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글이 되느냐, 그림이 되느냐가 관람객에게 달린 작품이다.
세 개의 선으로 이뤄진 '선 습작', 여러 개의 점을 배열한 '점 습작'에서는 단순한 점이나 선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만으로 작품이 되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비판이 읽힌다.
전시장인 스페이스 이수는 이수그룹 사옥 로비를 활용하는 소규모 공간으로, 작가는 모두 신작으로 전시장을 채웠다.
5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전시할 때마다 항상 마지막 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작은 규모지만 모든 것을 담는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3일까지. 작가의 질문들을 담은 책 '안규철의 질문들'도 함께 출간됐다.
zitrone@yna.co.kr